사무실 1층 유리문을 여는 순간 ‘헙’하고 축축하고 뜨거운 공기가 들어온다. 불쾌하고 짜증섞인 ‘아, 덥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나의 여름은 그야말로 고군분투 계절이었다.
이제, 공기가 달라졌다. 지난 달 햇볕 쨍쨍한 날씨는 같지만 느껴지는 감촉은 살짝 달라졌다. 살이 타들어갈 듯한 열기는 없어졌고 가로수 그늘만 지나가도 시원하다. 아주 오랜만에 시원하다는 느낌이라, 계절이 바뀌고 있는게 반갑다.
올해는 유난히 여름이 길어, 한 계절이 아닌 두 계절이상 여름만 보낸 듯했다. 사랑해 마지않는 가을이 언제쯤 오려나 오매불망 기다리며 매일 아침, 저녁으로 창문을 열어 확인했다.
오늘밤은 시원할까 싶어 창문을 열면 습하고 미적지근한 것들이 달라붙었다.
마침내(이 단어를 쓸때마다 서래가 생각난다.) 9월 들어서니 늦은 밤, 이른 아침엔 시원하다. 깨끗해졌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릴까.
여름을 싫어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그래도 비어져나오는 원망섞인 한숨이 있었다. 창문열고 글쓰는 지금 새벽공기가 반갑다. 번화가에 위치한 집이다보니, 계절의 변화는 사람 소리로도 알 수 있다.
여름이면, 골목 편의점 혹은 술집마다 사람들이 거나하게 술에 취해있었다. 술기운으로 언성도 높여보고 노래도 불러보다, 뒤늦게 합류한 지인을 큰 소리로 부르기도 했다. 가끔씩 피날레는 경찰들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 여름은 덥기도 했지만 허구헌날 내리는 비 때문에 사람들이 쏙 들어가버렸다.
다행히 조용해졌지만 여름 날 분주하고 소란스럽고 들뜸은 사라졌다.
이제 가을이다. 물빠진 바닷가에 하나둘씩 나오는 소라게 마냥 사람들은 길가로 나올 것이다. 반가운 가을에 불콰하게 물들어가겠지.
나도 냉장고에 캔맥주 몇 개쯤을 들여야겠다. 너무 더워 마시지 못한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켜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