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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 Jan 25. 2022

3. 완벽한 단어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그냥 

3. 완벽한 단어     


그냥 

[부사]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그런 모양으로 줄곧.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따위가 없이.     


현대 국어사전 의미 중 가장 완벽한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그냥’ 이란 단어 일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답기도 하고,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완벽한 단어 아니더냐.

하지만, 대게 내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두루뭉술한 ‘그냥’이란 단어를 싫어하더랬다.     


“몇 시에 만날 거야?, 어디 갈 거야?, 뭐할 거야?, 왜?”     


물음표가 한가득인 의문문을 받을 때면, 나는 이따금씩 ‘그냥’이라고 대답하는데,

상대방은 바드득 화를 내며 자신과의 대화나 만남이 유쾌하지 않냐고 화를 내는 것처럼 날을 세웠다. 나는 나의 사랑을 한가득 담아 모든 것을 내포할 수 있는 ‘그냥’이라고 대답한 것뿐인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의 소통이 많이 부족했나 보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되려 국어사전적으로 포장한 예쁜 단어를 학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큰 사랑이 담긴 단어는 절대 모든 것을 품어내지 못했다. 나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완벽한 단어는 ‘just’ 뿐이었다.


우리는 같은 국어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다른 국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마음속에 있는 단어 카테고리 분류가 다르다 보니, 내 진심이 왜곡되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아서, 상호 간의 오해가 많이 생기기도 했다.

나는 애정 하는 이에게, 나를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이렇다 저렇다 할 변명들이 아닌,      


“그냥”     


이라는 단어가 가장 가슴속 와닿는 것 같다. 너의 머릿결이 부드럽다거나, 너의 쌍꺼풀이 두 겹이라던가, 내 뱃살이 포동포동 귀엽다는 것이 아닌. ‘그냥’ 말이다. 

그 단어만이 우리의 애정을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완벽한 단어일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애인이 나더러 왜 나를 사랑하냐 묻는 다면 이렇게 대답해 보자.

상대방의 눈을 지긋이 보고 말이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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