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예민
4. 예민한 사람.
예민하다
[형용사]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
우리는 종종 사소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고 뒷담화를 깐 적이 있을 것이다.
“저 사람 저렇게 예민해서 어떻게 살아? 정말 피곤한 성격이다.”
라고 말이다. 표면적인 부분부터 찾아보자. 우리는 커피숍에 갔다. 물기 맺힌 테이블을 보고, 상대방은 인상을 찌푸리며,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박박 닦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서는 마음속으로 ‘까탈스럽게도 군다.’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은 더 나아가, 의자에 무슨 세균이라도 묻은 것인 마냥, 살균제를 칙칙 뿌려 소독을 하고서는 자리에 착석한다. 나는 생각했다. 저 사람은 정말 ‘예민’ 하다고.
그리곤,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다가, 상대방의 새로워진 헤어스타일을 보고 ‘요즘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이네. 멋지다.’ 하고 칭찬했다. 상대방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더니, 자리가 끝나갈 때쯤, 내게 묻는다.
“혹시 내 헤어스타일이 너무 유행을 쫓아간다는 뜻이야?”
라고 말이다. 어머나! 나는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내가 아무 뜻도 없이 내뱉은 말을 마음속에 저리도 담아놓고 해석하던지. 정말 ‘예민’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그런 뜻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속으로는 피곤한 감정을 억제하지 못했다.
다음번 만남에서, 상대방은 내게 뜬금없이 루테인 영양제를 선물해 주었다. 루테인은 시력 회복에 좋은 영양제인데, 갑작스러운 선물에 당황하였는데, 상대방은 이렇게 말하였다.
“저번에 대화할 때, 요즘 너 눈 건조하다면서. 그래서 샀어.”
흘러가듯 말한, ‘요즘 운전할 때 눈이 침침 한 것 같아.’라는 대화 속에서, 상대방은 예민하게도 나의 정보를 수집하였다. 나는 그래서 이 예민한 사람을 좋아하기로 했다.
‘예민’이라는 단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섬세’, 아니면 ‘꼼꼼’ 그쯤 될 듯하다.
그 사람은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섬세하고 꼼꼼한 사람이었다. 시끌벅적한 모임이 파할 때쯤에, 다들 얼큰하게들 취해 식당을 나서기 바쁜데, 사실 예민한 사람들은 조용하게 자리를 정리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흘린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섬세함과 꼼꼼함이 있었다. 우리는 그 사람더러 왜 이렇게 늦게 오냐고 타박을 하지만, 예민한 사람은 다시 한번 더 마지막을 챙길 뿐이다. 나는 그 예민한 사람들의 뒷정리를 알게 된 이후부터, 그들이 좋아졌다.
우리는 더러 본질 그 자체만 보지 못하고, 확대 해석하는 사람들을 피곤해하는 경우가 많더랬다. 하지만 그렇게 ‘예민한 사람’ 들은 확대 해석하면서 내 말을 알아들으려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었다. 나도 조금은 예민한 사람이 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