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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 Jan 26. 2022

5. 사과 하는 법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미안 


5. 사과하는 법.

      

‘미안해.’라고 말했는데도, 상대방은 꽥꽥 소리를 지른다.      


“미안할 짓을 왜 해?”      


라고 말이다. 더욱더 한 단어 한 단어 강조하는 억양을 담아서, ‘정말 미안해.’라고 말했는데,      


“미안한 걸 아는 사람이 그래?”     


라고 말한다. 나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하늘을 뚫을 것만 같은데. 더 이상 어떤 단어로 정립해서 그 마음을 누그려 뜨릴 수 있을까. 미안하다는 말 보다 더 깊은 단어는 무엇일까. ‘송구하다’, 아니면 ‘죄스럽다.’라고 표현해볼까. 이 마저 장난스럽다 느껴지면, 납작 엎드려 상대방의 신발이라도 핥아야 하는 건가. 그래야 내 ‘미안해’라는 말이 그 사람에게 와닿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예쁜 언어들로 포장하는 법을 몰라서,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절절히 내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을 사과하는 방법을 몰라서 말이다. 

나는 단어를 항상 ‘불완전’ 한 것이라 생각한다. 내 크나큰 미안함을 어찌 단어 따위로 표현할 수 있으랴. 내가 그이에게 상처 준 일들을 조금이라도 사죄받고 싶은데, 나는 야속하게도 ‘미안해’라는 단어로 밖에 용서를 구할 수 없었다. 당연히 상대방은 그 세 글자로 가해자를 용서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때, 상대방이 내게 

     

“기다려 줘.”     


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나는 일 년이건 십 년이건 사죄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을 텐데.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그 단순한 기다림을 몰라서 너무 답답한 적이 많았다. 그 이가, 내게 그런 정답을 내려줬었더라면 나는 더 열심히 사죄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내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나는 그래서 결심했다. 다음번에 내가 사과할 일이 생기더라도 기다리자고 말이다. 용서받을 때까지. 미안한 마음에 그이의 구두를 핥지도 않을 것이고, 가랑이 사이로 기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다고 그이의 마음이 풀리는 것이 아님을 잘 아니까. 정답은 그저 ‘시간’이었다. 


사과의 핵심은 가해자가 용서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나는 전과 같은 상황이 또 온다면, 어쩔 수 없이 계속 ‘미안해.’라고 할 것이다. 그것이 상대방에 마음에 들든 안 들든 말이다. 하루하루 계속 되뇌다 보면, 십 년쯤 뒤에는 상대방이 ‘미안해’라는 말을 받아들여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그래서 이제껏 내가 상처 주었던 이들에게 오늘도 단 세 글자의 텔레파시를 보낸다. 언젠간 들어주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앵무새처럼 이 단어밖에 말하지 못한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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