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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 Jan 25. 2022

2. 현대 국어사전의 재정립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기대  


2. 현대 국어사전의 재정립  

   

기대하다

[명사]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림.     


‘기대’라는 단어는 참으로 무서운 단어이다.

요즘 유행하는 ‘가스 라이팅’이라는 단어와 닮았달까. 마치, ‘너는 그래야 해’, 

‘내가 얼마나 바람이 높은지 알지?’라는 것과 같이 상대방을 수갑에 채우는 단어였다.

예쁘게 ‘기대’라는 단어로 포장해 놓고서는, 상대방에게 나의 이상향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무시무시하고 더러운 단어였다.


우리는 ‘기대’라는 단어를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해 보자.

일단, 현미경을 켜고 ‘기대’라는 단어를 얇게 표피를 떠서 관물대에 올려놓자.

그다음은 ‘본질’ 용액을 한 방울 떨어트린다.

스포이드 속에는 ‘본질 요오드’라고 하는 투명 액체가 담겨있는데, 한 방울 떨어트리면 

물체를 더욱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된다.

현미경을 확대해 본 결과, 놀라운 실험 결과가 나타났다.

그 속에는 ‘오해’와 ‘편견’으로 구성된 미생물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부터 애정 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표현해야 한다.     


“난 정말 너와 함께 하는 미래가 기대돼.”, “당신이 똑똑해서 얼마나 기대가 되는데요!”     


라는 표현이 아니라,     


“난 정말 너와 함께 하는 미래가 오해돼.”, “당신이 똑똑해서 얼마나 편견이 되는데요!”     


라고 말해야 한다. 참으로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둥그런 척 중립적 인척 배출되는 언어들의 모순성이었다. 예쁘게 빨간 리본 포장을 한 단어 속에는 얼마나 많은 올가미가 당신을 옭아맸던지. 나 역시도 그러하였다.

예쁜 단어로 포장한 단어를 내뱉는 그 사람의 입술을, 차마 욕할 수 없었다. 

그 예쁜 단어들은 나를 무의식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마치 샤넬 20s.s 포장 박스를 버릴 수 없는 것 마냥 말이다. 그 포장박스는 얼마나 예쁘고 값어치 있어 보이지 않더냐.


몇 년쯤 전, 사용하지도 않는 명품백을 중고장터에 팔려고 하니, 구매자는 

더스트백과, 종이가방, 영수증 등을 요구했던 기억이 있다.

그것이 있어야지만 정품이라는 것이 인증되는 것인 마냥 말이다. 당연한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창고를 뒤져보아도 그것이 진품임을 입증할 수 있는 부속품은 없었다.

나는 결국, 포장지가 없어서 그 가방을 팔지 못했다.


훗날, 중고장터를 찾아보니 ‘샤넬 종이가방’ , ‘루이비통 종이가방’ 같이 포장지만 팔던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잘 꾸며진 포장지는 그렇게 내용물을 지배하였다.

내가 홈플러스 종이가방에 내용물을 담아 구매자에게 전한다면, 구매자는 그것이 진품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종이가방 판별사’가 아니라, ‘명품가방 감정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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