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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 Feb 21. 2022

40. 야 그거 원가 천원도 안 해.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원가



40. 야 그거 원가 천원도 안 해.     


중국어에서는 어떠한 사람을 속되게 이를 때, 뒤에다가 ‘귀신 귀’ 자인 ‘鬼’를 붙인다.

醉鬼(jiu gui)는 취할 취, 귀신 귀 자를 사용하여 주정뱅이를 일컫는다.

이외에도, 烟鬼(yan gui)는 연기 연, 귀신 귀자를 사용하여 골초를 나타내고, 胆小鬼(dan xin gui)는 쓸개 담, 작을소, 귀신 귀자를 사용하여 겁쟁이를 일컫는다.

小气鬼는 짠돌이, 爱哭鬼는 찔찔이 등 끝에다 ‘鬼’라는 귀신 귀 자만 들어간다면, 부정적인 표현이 되곤 한다.      

한국어에도 이 같은 ‘鬼’ 자가 있더라. 바로 벌레충 ‘虫’이었다. 카멜레온 같이 다양한 색으로 변할 수 있는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한국어는, 여러 외계어를 창조할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虫’. 벌레의 창조였다.


맘충, 틀딱충, 진지충, 혼밥충, 국밥충… 별의별 벌레가 다 있더라. 나는 설명 벌레인 ‘설명충’으로써, 오늘은 ‘원가충’을 한번 고찰해 보고자 한다.     


 


원가충이란, 재화가 오고 갈 때 원가를 꼼꼼히 따지는 벌레인데, 아직 생물학적으로 학회에 보고 되지 않은 미생물이다. 이 자그마한 미생물은, 응당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기생하게 되는 지능이 나름 높은 벌레이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원가를 잘 따져야 하지 않겠는가? 계란 300원, 버터 300원, 설탕 50원이 들어간 마카롱 따위가 어딜 감히 3,000원에 팔다니. 말도 안 된다.

아구 5,000원, 콩나물 500원, 고춧가루 100원 간장 10원 등이 들어간 아귀찜 小자가 30,000원이라니. 이건 대체 몇 배 장사냐? 동대문에서 10,000원이면 살 수 있는 반팔티에 100원짜리 tag을 붙이더니, 이것은 갑자기 50,000원으로 둔갑한다. 소비자들은 이내 부들거린다.      


“그까짓 거 원가 얼마 한다고! 두배가 넘는 장사를 하다니!”     


하고 말이다. 아무렴 원가를 잘 따져야 현명한 소비로 이루어지지 않는가. 하고 우리는 판단해버렸다. 여기에 상품비용(원가)을 제외한 수수료, 부가세, 광고비, 포장재, 종합소득세, 부가세 등은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않겠는가?      


온라인 유통업을 할 적에, 억대의 매출을 듣고선 주위 사람들은 ‘떼돈 벌겠네’라는 둥 나를 x 2배씩이나 장사하는 봉이 김선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더라.


사실 온라인 유통업은 소비자 가격의 20%만 남겨도 대박으로 친다. 오픈마켓으로 주력으로 하는 판매자들은 백마진(back margin)을 남기는 방법을 택하거나, 8%의 수익률만 나도 제법 성공한 장사라 생각한다. 10,000원짜리 상품 팔아봤자 순수익은 800원 남는단 소리다.


원가충들은 10,000원짜리 상품의 원가 5,000원만 생각하고선 뭐 그리 비싸냐며 두배 장사하는 판매자들을 더러 욕하곤 하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x 1000배가 넘는 폭리를 취하는 대기업은 욕하진 않더라.      

백만 원이 넘는 휴대폰, 전자제품의 주 원재료는 반도체이다. 반도체의 주성분은 모래로 되어있다. 백사장에 공짜로 널린 모래 따위로 소비자들을 호구 만드는 모전자 기업들은 왜 폭리로 욕을 먹지 않는가?


뭐, 모래야말로 원재료일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니, 우리는 조금 더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보자. 부품을 직접 조립하여 합리적인 소비를 취해보자.


A기업의 열한 번째 512gb 모델은 200만 원이 웃돌게 판매되고 있다. 진정한 원가 벌레라면, 이러한 폭리를 취하는 기업을 소비하지 않아야 함이 당연하다. 우리는 그러므로 부품을 사서 직접 조립해보도록 하자.


카메라 8만 원대, 디스플레이 7만 원, 칩 7만 원, 프로세서 7만 원, 메모리 6만 원, 배터리 1만 원 등. 잡다한 것을 다 합해봤자 우리는 50만 원도 되지 않은 금액에 최신형 휴대폰을 장만할 수 있다. 이 정도는 돼야 합리적인 소비자로써 어깨가 으쓱하지 않겠는가 하고 자부심이 든다.     


이렇듯, 우리는 4배가 넘는 이윤을 취하는 ‘대기업’들은 욕하지 못하고, 기껏해야 1.5배 정도 남겨먹는 ‘소기업’ 또는 소상공인들만 욕하고 있더라.


우리는 원재료를 뜻 하는 원가(原價)에만 집착하지 말고, 노력비·고정자 산비·간접경비 등이 들어간 생산원가(生産原價)를 존중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원가란 말 그대로 원(原) 재료 가격임을.     


원가

[명사] 물건을 사들였을 때의 값. 운임, 수수료 따위를 더하지 않은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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