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 훈 Oct 07. 2024

아내가 시한부를 선고 받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시한부 삶에서 볼 수 있었던 사랑. ‘인생드라마 등극’



6개월 정도의 시한부를 받은 사람의 간병을 그린 드라마. 가슴 뛰는 사랑이 아닌, 아리고 슬프며 헌신적인 사랑이란 무엇인지. 정말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한다면 이 드라마이지 않을까 싶다.




별거하며 이혼을 이야기 중인 부부에게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아내인 ‘다정’은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의사는 입원을 권유했지만 다정은 통원 치료를 하겠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의사는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며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도와줄 사람은 현실적으로 별거하며 이혼을 이야기 한 남편 ‘창욱’ 뿐이었다.



다정은 남편에게 간병을 부탁했고 그 부탁을 창욱은 수락했다. 식사를 하며 다정은 창욱에게 물었다. ”간병을 부탁했을 때 왜 수락을 했어?“ 이에 창욱은 ”내가 만약 아팠다면 너도 나한테 똑같이 하지 않았을까“라는 답변을 했다. 짧은 답변이었지만 마음속 깊이 무게감이 느껴졌다.



언뜻 보면 간단한 답변 같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간병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 모든 순간동안 그 사람을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시한부 환자를 간병한다면 천천히 죽음의 순간이 다가옴을 보게 된다.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많은 노력과 시간 감정이 든다. 그렇기에 이혼을 이야기 중인 남편 ’창욱‘에게 간병은 더욱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후 남편 ‘창욱’은 고른 영양분 섭취를 위해 집에서 요리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요리에 정성을 들였다. 아내를 위해 무염 잡채, 야채수프, 굴비 등등 몸에 좋은 영양식으로 매일 같이 요리했다. 마트에 들러 손수 재료를 샀고, 레시피를 찾아 건강식을 준비한다. 레시피를 찾아보며 남편 창욱은 재료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다. 아내에게 좋은 음식, 깨끗한 음식만 주고 싶은 까닭이지 않았을까 싶다.



요리하는 장면들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이 있다. 굴비였는데 굴비란 <굽힐 굴>자에 <아닐 비>자이다. 아내에게 이 생선을 건네주며 병에 굽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지듯 보였다.


하지만 이런 염원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점점 병세가 악화되었다. 야채 주스도 마시지 못할 정도로 악화되었고 결국 눈을 감고 만다. 여기까지만 짧게 줄거리를 본다면 어쩌면 드라마에서 극적인 요소가 너무 없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을 반영하며 가족의 사랑, 죽음이란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 몰입하게 되는 배우의 어조와 모습은 평범함을 잊게 만든다. 원래 평범함이란 있을 때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범함을 특별함 속에 감춰 살아왔기에 느끼기 힘들다. 그러나 평범한 것들을 신경 쓰지 못해 하나둘씩 어긋날 때 깨닫는다. 특별함은 눈여겨보아 소중함을 알았지만 평범함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소중했다는 것을. 잃고 나면 알게 된다. 지금 누리고 있던 것들. 평범함이란 그늘에 감춰져 있던 순간들.



이 드라마는 때론 순간의 감정이 영원할 듯 살면서도 감사함을 느껴야 됨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욱 뜻깊고 인생드라마로 꼽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이혼의 과정까지 갔던 부부지만 간병을 하는 남편을 보며 깨닫게 된다. 사랑이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완연한 감정이라는 걸. 행복과 기쁨. 슬픔, 증오, 인내, 분노, 시기, 질투.



모든 감정이 사랑을 하며 무르익는 것이다. 설령 떠나가는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일지라도. 사랑이란 감정은 참 복잡하다. 사랑은 자신을 내어줄 수 있게 만든다. 한 사람을 그 자체로 볼 수 있게 만들고. 자신을 바뀌게 만든다. 그래서 모든 순간의 이별은 특별하다. 순간을 영원한 것처럼 살아가게 만든 힘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심장 뛰는 설렘도 어느 순간 무뎌지고, 이별의 고통도 영원할 것 같지만 무뎌진다.



그렇게 한 사람을 사랑했지만 곁에서 떠나보내고 혼자가 되어도 보며 자신에 대해 알아간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외적으로 사랑을 하는 것에서 내면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면 어느 순간 감정을 한 폭의 추억 속에 그림으로 간직할 수 있다.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도 감정도. 그저 한 순간의 사진과 같은 것이다.



어쩌면 이 드라마의 끝에 큰 울림이 있다. 떠나간 아내와 함께 찍은 가족의 액자를 보는 남편 ‘창욱’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순간은 흘러가기에 남겨둘 수 있는 사진은 의미가 있다고.



바로 “액자 속 웃고 있는 가족사진은 사랑이란 감정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기에.”





(본 글은 어떠한 원고료도 받지 않은 현실 리뷰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잘하지 못해도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연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