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빗소리의 위로

마음이 힘들어 울고 싶을 때

by 공 훈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한 번쯤은 누구나 센치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유난히 비가 내리는 날에 센치해진다.

'후두득 후두득' 내리는 빗소리는 생각에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촉촉한 잎사귀에 맺힌 빗방울처럼 나의 감성도 젖었던 걸까. 갑자기 지나간 일들에 대한 후회의 감정이 생긴다. 나이가 들어가며 나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했고, 그중 몇 가지 일들은 '하지 말걸'이라는 단어와 함께 돌아왔다. 하지만 지나간 일들은 흘려보낸 빗방울과도 같기에 되돌릴 수 없어 그저 멍하니 떨어진 빗방울을 바라본다.


감성에 너무 빠진 것일까, 빗방울마저 나의 눈물과도 같았다. 그저 그냥 마음 놓고 울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빗소리는 울음의 파동을 감소시켜주기에 마음 놓고 울어도, 멀리 나의 울음소리가 퍼져나가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며 빗소리에 젖어 울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울면 안 좋은 것을 너무나 반복 학습해 온 것이 아닐까.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순간이 많이 쌓이면 마음의 골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빗소리는 친구가 되어주며 우는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주기에 든든한 친구 곁에서 한번 마음 놓고 울어보자.

그런 경험 한번 해봤을 것이다.

울고 나면 속 시원한 느낌, 감정이 가라앉으며 차분해지는 느낌.

실컷 울고 나면 나를 되돌아볼 수 있다.


빗소리에 빠져 실컷 울고 나면 마치 나의 모든 힘듦을 빗방울에 흘려보낼 수 있던 것 같다. 지금은 마음이 단단해져 울고 있지 않는 순간이 많지만 언젠간 한번 다시 빗소리에 젖어 울어보고 싶다. 생각이 정리도 되고 감정의 홍수 넘쳐흘러 다시 잔잔해지며, 평안한 마음이 찾아오기에.


힘들면 힘들다 말해도 된다. 빗소리가 당신의 힘든 이야기를 공감하듯 옆에서 실컷 같이 울어줄 것이다.

너무 지치지 말라는 말, 힘들어도 조금만 참으라는 말 다 틀린 말이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되고, 지치면 지친다, 힘들면 힘들다 말해도 된다. 사람의 인생은 알 수 없기에 정답이 없다. 그러니 괜찮다. 바꾸지 않으려 해도 된다 지금 당신 모습 그대로가 아름답다.




빗소리가 거칠어져 천둥번개와 함께 나에게 다가온다. 발이 젖고 머리가 습기로 축축해져도 그저 그 순간이 행복했다. 누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이 아니지만 작은 빗방울 하나가 나의 머리카락으로 흘러내리며 나를 위로해주었다.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당신을 빗방울 하나가 위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 작은 빗방울이 묵묵히 흘러내리며 잠시 동안의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힘든 상황이 찾아오면 누구나 회복하는 방법이 다르지만 빗소리에 맡겨 오늘도 그 힘듦을 흘려보내는 것, 그것이 하나의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감성이 젖는 날, 힘듦도 같이 흘려 보낼 수 있기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