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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들으며 느끼는 감정

노래가 담고 있는 추억의 향기

by 공 훈

'저 많은 별을 다 세어보아도, 그대 마음은 헤아릴 수 없어요'

요즘 듣고 있는 너드 커넥션의 '좋은 밤 좋은 꿈' 노래 가사이다.

서정적인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인디음악을 자주 듣는다.



노래를 듣다 우연히 댓글을 보았다. 어느 한 남성이 남긴 댓글이다.

'24일 전 제 사랑하는 와이프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결혼한 지 백일도 되지 않아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냉소적인 저의 38살 뒤늦은 결혼이었습니다. 너무나 사랑했고 사랑했고 사랑했습니다.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사랑했습니다. 내 목숨보다 사랑하는 게 이런 거구나, 행복과 사랑이란 게 이런 거구나... 와이프 덕분에 그런 걸 처음 알았습니다. 이 노래..'



이 사연을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 누군가에겐 그냥 흘려들을 수 있는 이 노래가 어떤 한 사람에게는 떠나간 사람을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노래가 된다는 걸. 아프지만 그러한 아픔을 잊을 수 없기에 노래를 찾아 듣는 이 남성과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에 빠지며 노래를 다시 곱씹으며 끝까지 들었다. 하나하나 주옥같은 글귀들이었고 평소에 들을 때와는 다르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었다.





노래는 지나간 옛사랑을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추억을 상기시키며 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나 또한 옛날에 어떤 한 장소에서 들었던 노래가 지금까지 생각 나곤 한다. 또한 노래는 그 사람을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색깔을 아티스트가 노래에 입히고 그것을 사람들이 들으며 자신의 취향을 찾는다. 다른 사람의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의 노래 취향을 알 수 있듯이 음악은 자신이 입는 옷과 같은 취향이지 않을까.



아버지는 김광석 노래를 자주 찾아 들으셨다. 아버지의 옷과 같은 취향이다. 그중 아버지가 가장 자주 들으시는 것은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이다. 아버지는 이 노래를 들으며 흥얼흥얼 거리셨다.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옆에서 듣다 보니 왜 김광석이란 사람을 옛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했는지 살짝 이해 가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노래 취향이 바뀌고, 곡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달라진 것이 아닐까. 듣다 보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왜 아버지가 김광석 노래를 듣는지. 이유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고개를 돌려 보게 된 이마에 있는 아버지의 주름에 그 답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 주름은 힘들어도 자식에게 내색 않으며 '가장'으로 버텨온 세월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김광석 노래를 듣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비 오는 날 잔잔하고 감성 있는 노래를 듣는 것이 어떤지. 사람마다 각자의 의견이 달랐다. 어떤 사람은 "그러면 처진 마음이 더 처져"라고 답했고 또 어떤 사람은 "나는 진짜 좋은 거 같아, 감성적이잖아"라고 답했다. 생각이 사람마다 다르듯, 감정의 폭을 다루는 것 또한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나와 맞는 감정의 폭을 가진 사람과 어울린다면 행복과 슬픔과 기쁨을 나누며 공감할 수 있지 않을지 문득 떠올려 본다.





노래는 그 시대의 향기와 색깔을 담고 있다. 지나가며 바뀌는 세상 속 트렌드에 따라 전혀 다른 곡들이 나온다. 옛날 노래 중 지금 보면 구식적인 것들도 있지만 어떤 곡은 너무나 명곡처럼 느껴져 아직까지 사랑받는 곡들이 있으며, 자신만의 노래를 찾아 추억을 간직하면 그 시대, 그 환경의 정취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노래, 그것은 하나의 인격과 정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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