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밖 풍경과 사람의 닮음
"우리 비행기는 곧 이륙하오니 승객분들은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방송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어렸을 때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너무나 설레어 잠 못 이룰 정도의 하나의 선물이었다.
순수함이 묻어 있는 어린 시절 나는 너무나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했고 심지어 꿈에 나올 정도였다.
누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다른 경험이 쌓이지만, 첫 비행기를 탔던 기억은 다른 경험과 다르게 오래가는 것 같다.
비행기에 올라타고 이륙하는 순간 밖을 보았다. 비 오는 날씨였기에 건물과 차들의 불빛이 잘 보였다. 조금씩 조금씩 그 불빛은 작아져갔고 기울어진 몸이 펴진 그 순간, 안내 방송과 함께 안전벨트를 풀어도 된다는 방송이 나왔고 창문 커버를 위로 올려 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의 불빛들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하얀 구름 위를 둥실둥실 떠가고 있는 것을 구름에 비친 비행기 그림자를 보며 느꼈다.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와 보니 비가 오는 날씨였다는 것이 실감 안 날 정도로 화창한 날씨였고 그때 깨달았다. 구름 위와, 아래의 날씨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삶을 살아가다 보니 비 오는 날 이륙하는 비행기에서 본 풍경과 사람의 마음도 비슷하다고 느낀다. 비 오는 날씨라도 이륙하고 나서 구름 위로 올라가면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맑게 갠 하늘을 볼 수 있지만 그 밑은 소나기와 천둥번개가 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안쪽 내면 깊숙한 곳에선 울고 있을 수 있으며 함부로 속단하여 사람을 판단한다면 겉으로 보는 것만 볼 수 있기에 좋지 않은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던 내가 하나의 사건을 겪었다. 항상 밝게 웃는 친구가 나에게 고민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성격이 밝고 웃고 있으니까 모든 사람들이 나를 항상 밝은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나 사실은 힘든 걸 표현 못해서 그렇지 집에 가서 혼자 있을 땐 마음이 되게 우울하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충격이 컸다. 한 번도 힘들어도 힘든 티 안 냈던 친구가, 항상 밝고 웃는 그런 사람인데 이런 말을 하니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진심으로 다가오며 나 또한 생각이 많아졌다. 멍해진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술잔을 기울이며 조금씩 조금씩 나와 친구 모두 취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감성이 차올랐던 탓일까 친구의 눈가엔 넘지 않은 눈물이 가득히 차올랐고 그때 나는 알았다. 지금 나의 어떤 말도 그 친구에게 위로가 되지 못함을. 그저 들어주며 고민을 덜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이 들었기에 친구의 말에 공감의 제스처인 끄덕임으로 위로해 주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에게 물었다.
"너라면 어떨 것 같아? 나와 같은 성격이면.."
"음.... 너와 같은 성격이면 나였어도 힘들 것 같아... 힘든 것이 있어도 겉으로 표현을 못하니까 더욱 마음속에 쌓이지 않을까.."
내가 그 사람이, 그 당사자가 아니기에 속단할 수 없었다. 그 누구의 아픔보다 현재 자신의 아픔이 가장 클 것이기에. 나는 그렇게 술을 다 먹어갈 때까지 친구의 말을 들어줬다. 친구는 집에 가며 나에게 들어줘서 고맙다 했고, 혹시 다음에도 힘든 일 있으면 말해도 되냐고 물었다. "물론이지" 당연한 말이었다. 나는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고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기에 친구의 아픔에 위로가 되는 사람이라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주변에 항상 웃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마음이 힘들어도 성격 탓에 겉으로는 티 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밝게 웃으며 항상 친절한 사람도 내면의 깊은 상처가 있어 집에서 울며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쉽게 다른 사람의 겉면만 보고 판단하는 것, 어찌 보면 하나의 비행기 밖 풍경과 같지 않을까. 우리는 주위의 보이는 것에 쉽게 속단하며 간과하여 넘겨 집곤 한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 미지수와 같기에 풀려고 하는 것이 아닌 그냥 그 자체로 두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깊은 생각을 하며 창밖을 바라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