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지키기 위한 거절
누군가 부탁을 했다. "내가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사야 될 게 있는데 못 샀어... 혹시 대신 사다 줄 수 있어?" 그 당시엔 나도 수업 시간이 촉박하게 남았던 터라 부탁을 대신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친구의 목소리가 간곡했기에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수업 시간을 늦었고, 출석률 때문에 성적이 약간 깎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 번만 이런 부탁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는 나에게 또 같은 부탁을 여러 번 했고 나는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친구의 성격이 원래 좀 꼼꼼하고 세밀하지 못했던 터라 주변에서 누가 챙겨줘야 되는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챙겨야 되는 물건을 빼먹고 만나, 자주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했었고 택시에 지갑을 두고 내린 적도 있었다. 이런 친구였기에 나는 자주 시간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혹은 물질적으로도 손해를 보며 희생했다. 한두 번의 부탁을 내가 들어주자 그것은 여러 번이 되었고, 자신의 실수를 되돌아보기보다 똑같이 반복하며 나를 점점 지치게 했다.
사람의 관계에서 친할수록 부탁을 거절하는 일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힘들어지거나 해야 할 일들을 방해받는 경우 단호하게 그 부탁을 거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 부탁으로 인해 자신의 일정이 꼬이거나 시간이 허비되는 경우가 있고 그러한 일들이 쌓일수록 자신만 지치기 마련이다.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줌으로 관계가 더 돈독 해질 수 있지만 오히려 한쪽이 부탁들을 들어주다 지쳐, 관계가 끊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상대방을 존중하며 배려하는 것과 자신이 지치는 것의 경중은 조금 더 자신에게 치우쳐도 된다 생각한다. 자신이 힘들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은 좋은 배려가 아니기에.
자신에게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관계가 끊어질 것을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기에 부탁을 계속 들어주는 것인지. 후자라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들어주며 관계를 이어가면 되지만 전자라면 자신을 위해 거절하는 용기를 연습하자. 그 사람이 만약 거절로 당신을 싫어하게 된다면 그 정도인 사람인 거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그런 사람. 거절이 필요한 순간에서 용기를 내보자. 조금 더 자신의 입장을 생각해도 된다. 자신을 아끼고 챙기는 것이 먼저이기에 조금만 더 노력하며 자신의 온전한 삶을 찾아가려고 노력해보자.
처음의 거절이 힘들지, 거절도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모든 부탁을 거절하라는 말은 아니다. 자신이 노력할 수 있는,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선에서 배려하면 되고 관계를 이어나가면 된다. 무리한 부탁이 자신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에, 오늘부터 상대와 자신을 위한 거절을 연습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