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대화법
"하... 오늘 진짜 되는 게 하나도 없고... 너무 화난다.."
"....."
대화를 하기 전에 이미 감정의 홍수가 가득 찬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나였다.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성격이었고, 차오른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누구나 그런 날이 한 번쯤 있다. 하는 일이 하나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이. 참 신기하게도 아침부터 삐걱대는, 맞지 않는 수레바퀴를 돌리는 것 같은 그런 날이 나에게 찾아왔다. 이런 날은 내가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일을 해도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하소연을 늘어놔야만 풀리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마음에 그저 다른 사람이 나의 마음의 감정 상태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한 것들이었다. 지금은 나의 기분에 따라 타인에게 그 감정을 전달하려고 하지 않지만 성숙되지 않은 예전의 상태는 그런 감정을 오롯이 홀로 감당하기 힘들었고, 말하지 않아도 될 말들까지 하소연하다 보면 입 밖으로 내뱉는 그런 어린 사람이었다.
하루는 너무 화가 나는 일이 있어 어느 한 사람에게 나에게 벌어진 일들을 하소연하던 날이었다. 그날 나의 감정의 홍수는 넘쳐흘렀지만, 현명했던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은 나의 감정을 가라앉혔다. 그 이유를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너무나 많은 경험을 통한 성숙함 속 행동이라고 느껴진다. 감정에 차 있는 상태로 말하는 나에게 눈을 마주하며 "그래,, 맞아,, 힘들겠다" "나였어도 화났겠다"라며 공감을 해주었던 것이다. 감정이 차있는 사람에게 이성적인 말들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했던 행동이었을까. 자신의 생각들을 말하며 이성적인 대처 방법을 나에게 전달하지 않고 그저 넘쳐흐르는 나의 감정에 공감을 얹어 주었다. 폭풍이 지나면 맑은 하늘이 있듯, 그 사람의 공감과 끄덕임의 행동 속에서 나의 폭풍 같은 감정은 잔잔한 하늘을 드러내었고 시간이 지나 나의 감정을 추스르며 상대방에게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날 이후로 화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나의 감정과 마주 보며 화난 이유를 나에게서 찾으려고 노력하고, 다른 사람에게 잘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이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괜찮겠지만, 대게 보통적으로 감정의 전이는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화가 나거나 짜증 나거나 부정적인 감정은 더욱 그렇다.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성숙된 사람이다는 걸 그 사람을 통해 배웠다. 주변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드러낼 때 이성적인 해결책을 말하며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공감 혹은 침묵으로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정말 현명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삶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감정적인 대처는 너무 소모적인 일이라는 걸 느끼는 것 같다. 예전에는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감정이 타올랐지만 지금의 나는 "그래 그럴 수 있지"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사람을 보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어떤 사람이 감정의 홍수가 차올랐을 때, 그 감정에 대해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타인의 감정 상태를 살피며 그저 공감을 얹는 것이 홍수를 잠잠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순간적인 감정들은 고개를 숙이게 되기에 그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건 정말 현명한 방법이며, 삶의 경험 속 지혜와 같다고 느껴진다.
그 사람에게 배운 삶의 지혜로 인해 이제는 타인이 나에게 힘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도 그저 듣는다. 말하며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넘쳐흐르는 감정의 홍수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기에 그저 듣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 중 나이가 들어가며 감정이 메말라간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니 두 가지 이유가 떠올랐다. 첫 번째는 반복되는 감정으로 무뎌져서이고, 두 번째는 살아가며 감정이 개입하는 일들은 너무나 소모적인 일이기에 자신이 정말 필요한 일을 못하거나, 중요한 걸 잃을 수도 혹은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알고 있어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종종 완연하지 않은 감정으로 인해 나이가 많아도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전이시켜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그런 상황에 직면한다면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고 자리를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삶 속 인간관계를 하다 보면 성격이 모두 다르기에 사소한 감정적인 다툼이 생길 수도 혹은 감정적 홍수가 찬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는 자신도 똑같이 감정적으로 다가가거나 이성적으로 섣부른 판단을 하기보다 그저 귀를 열고 약간의 공감을 얹어보는 것. 혹여나 타인의 감정이 전이되어 나 자신의 감정까지 힘들게 한다면 그 자리를 잠시 피하는 선택을 하는 것. 그것이 현명한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