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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현 Dec 15. 2018

[시] 접시



접시



 나는 접시 하나를 떨어뜨렸다
 어머니가 가족의 땀으로 사주신 손자국난 접시
 꽃이 몇 송이 피어있는
 퍽 푸른빛 접시
 선물 받은 생일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접시 하나를 떨어뜨려 왔다


 깨진 조각은 멀리도 멀리도 튀어나갔고
 그 조각들을 집어주던 친절한 비둘기들은
 날개에 부리에 생채기가 나곤 했다


 그렇게 주섬주섬
 접시를 맞춰보면
 항시 어딘가 이가 빠졌거나
 무늬가 이지러져
 있곤 했다


 언제부턴가
 접시는 꿈틀거린다
 뜨겁게 꿈틀거린다
 나는 뜨겁게 꿈틀대는 접시를 들고
 살금살금 가다가 또
 접시 하나를 떨어뜨린다




※ 2005년엔가, 청소년소월문학상 장려상 수상한 3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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