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현 Dec 25. 2018

[시] 햇빛 아래서

햇빛 아래서


 당신을 보낸 뒤 정류장에 앉아 햇빛에 절여진다
 똑같은 햇빛이 폐 속까지 스며들지만
 우리가 흘리는 땀의 냄새조차 같지 않고
 태양조차 평등하지 않더라는 소문이 섬뜩하게 떠다닌다

 하얀 햇빛에 탈색되는 공기 선명해지는 세계의 색깔들
 나는 그저 모든 것이 좀 더 선명해지길 바랐는데
 아무리 공기가 투명해지고 아무리 색깔이 선명해져도
 볼 수 없는 너의 세계, 적록부터 다른 시각,
 유아적인 두려움은 여백 사이로 선뜻하게 떠오른다

 당신을 보낸 뒤 정류장에 앉아 이별을 되뇌인다
 나는 그저
 말과 맘이 표정과 감정이 좀 더 나란한 관계를 바랐는데
 태양은 원래부터 나란하지도 않았고 지구는 언제부터 기울어져 있었고
 나는 그저 다른 각도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시] 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