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현 Jul 22. 2020

[시] 안녕

안녕


 등 뒤에서 안녕, 하는 인사말이 들려왔어

 날 부르는 것인가 고개를 돌렸는데 내 눈은 인사를 한 사람조차 찾지 못하고 인파 위에 미끄러져

 안부를 묻던 말이 목적지에 잘 도착했는지 답례는 돌아왔는지 혹 내가 놓쳐버린 건 아닌지

 실은 아무도 모를 일인지도 모르지


 오른쪽에서 안녕, 하는 인사말이 들려왔어

 국화를 사느라 잠시 흘렸는데 다시 붙잡았을 땐 네 눈은 어느새 저만치 멀리에서 이쪽을 힐끗거려

 안부를 물은 너의 안부는 또 어떨지 나의 어깨에서 슬픔을 읽진 않았을지 나의 뒤늦은 눈인사를 눈치챘을지

 다음번에 너에게 물을 일이라고 담아둬


 그 사람의 등 뒤에서 안녕, 이란 말을 삼켜

 안부의 말과 작별의 말이 헷갈리던 사이, 안녕히 잘 지내라는 말도 해주고 싶지 않던 순간

 그가 날 부른 줄 알고 여기까지 왔는데 끝내 우리는 나란히 서지도 마주 보지도 못했고

 우리의 상처들만 시끄럽네

 그의 이름을 안 부르려면 숨을 멈춰야 할지 눈을 감아야 할지 어딘가로 떠나야 할지

 나의 감정 앞에 꽃을 바치며

 이제 다시는 나의 안부를 묻지 말기로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