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현 Dec 09. 2020

[시]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면 모든 것이 빨라진다
피할 곳을 찾아서 뛰어가는 사람들
떨어져 내리는 낙엽들 바람들
새겨진 발자국과 조각들의 자취도
빈틈없는 비에 맞아 빠르게
희미해진다

비가 내리면 모든 것이 느려진다
물을 먹어 무거워진 신발들 바짓단들
습기속을 헤쳐가는 벌레의 날개짓
말려놨던 아픔들과 추억들의 망각도
가라앉는 비에 맞아 느리게
희미해진다

둔탁해진 세상 속에
씻겨 내려가는 많은 것들
때로는 자취가 떠내려가고
때로는 망각이 떠내려가고

비가 내리면
나의 마음이 남는 것이 아니고
남은 것이 나의 마음이다
차마 씻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많은 것들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