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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현 Jun 17. 2021

[시] 누워서 마주볼 때면

누워서 마주볼 때면



어찌할 수 없는 과거를 떠올려봅니다 눌러둔 울먹임의 뿌리를

마치 당신을 마주보러 돌아 누울 때면

어디에 놓을지 곤란한 한쪽 팔 같아

들숨에 눌러 허파로 가려서 등 뒤로 감추곤합니다


어찌할 수 있을 현재를 더듬어봅니다 미뤄둔 속삭임의 수신처를

마치 옆으로 누워 당신을 향할 때면

어디에 올려도 한뼘밖에 못 덮는 손 같아

날숨에 뻗어 숨결과 나란히 당신 손 위에 포개곤합니다


과거를 고쳐쓸 순 없지만 의미를 덧칠할 순 있다는 것

고통을 나눌 순 없지만 눈물을 덮어줄 순 있다는 것

이대로 잠들 수는 없겠지만

팔이 저릴 때까지 삶의 무게를 기댈 사람이 있다는 것

잠들기 전 마주보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붙들려합니다





※ 2020년 애인의 생일에 선물한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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