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2. 이레의 경고: “동정은 정의가 아니다”
이레는 가온의 마지막 질문—“숫자가 고통을 대변할 수 있습니까?”—을 공기 속에 띄운 채, 두 손가락으로 터치 패널을 밀었다.
벽 전체가 투명 홀로그램으로 바뀌어, 도시의 평점 지도가 격자처럼 펼쳐졌다. 빨강·주황·녹색·파랑 네 가지 점이 빽빽하게 박힌 천 지도.
“이게 24시간 내 변동입니다.”
빨강 하나를 건드리자, 이레가 말했다.
“어제 광장—당신과 노인이 교차한 순간—주변 구역 평점이 0.7 % 흔들렸습니다. 시스템은 이를 ‘감정 파동’이라 정의합니다.”
“0.7 %… 한 사람의 고통이 그 안에 들어 있습니까?”
“우린 개별 고통을 측정하지 않습니다. 전체 진동을 측정합니다.”
이레는 손목을 뒤집어 52 bpm 심박을 표시했다.
“동정은 순간 이탈입니다. 급속히 퍼지면 질서를 무너뜨리죠. 그래서 절단합니다.”
가온이 1.2 m까지 다가섰다. 허용거리보다 30 cm 짧았다. LED가 붉게 깜빡였다.
“질서 유지를 위해 감정을 질병처럼 자르려 합니까?”
“예방이 치료보다 효율적입니다.”
“마지막으로 묻죠. 당신, 누군가의 고통에 눈물 흘린 적 있습니까?”
심박 52→54→52. 고저차 2.
“눈물은 재배열을 가로막는 액체입니다.”
이레는 은색 집행관 라펠을 손끝으로 두드렸다.
“당신이 감정 개입을 지속하면 평점 5.0 아래로 급락합니다. 그 선 아래는 격리 구역입니다.”
가온이 씁쓸히 웃었다. “점수를 깎으세요. 내 숨은 숫자로 재단되지 않으니까.”
천장 센서가 경고를 띄웠다—“주의: 감정 변동 이벤트.” 조도가 5 % 낮아지고 자동 종결 절차가 실행됐다.
“질의 종료.”
문이 열리자 두 대의 보안 드론이 대기했다. 가온은 나가며 한마디 남겼다.
“숫자가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언젠가 사람들이 숫자를 버릴 겁니다.”
문이 닫히고, 이레는 처음으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손가락이 책상 모서리를 세 번 두드렸다. 규칙이 깨진 순간, 그의 심박은 54에서 56으로 미세하게 올라갔다—데이터엔 잡히지 않은 떨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