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1. 차가운 판결, 감정 없는 질서
가온은 도시 중심부를 가로질러, ‘심문청’이라 불리는 건물을 향해 걸었다.
루세온 시티에서 가장 높은 권위와 통제력이 집중된 곳.
이곳은 법정도, 행정청도 아닌,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경계 기관이었다.
건물은 장식이 없었다.
건축의 목적은 말없이 드러나 있었다.
정사각형 구조, 회색과 백색의 반복, 유리창 하나 없는 외벽.
그 형태만으로도 ‘관찰은 허용되지만, 내면은 침범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입구에 가까이 다가서자,
발밑의 감지 패널이 반응하며
그의 발걸음 하나하나를 등록한다.
그 정보는 실시간으로 내부 시스템에 전송되고,
순간적으로 판단된 ‘위험도’에 따라 입장 절차가 자동 분기된다.
가온은 아직 ‘통과 가능’이었다.
그러나 붉게 점멸하는 '주의 대상' 태그가 그의 데이터 옆에 덧붙여졌다.
입구엔 유리문 대신 반투명한 압력식 도어가 있었고,
그 앞에는 보안 드론 두 대가 정지 상태로 부유하고 있었다.
가온이 접근하자, 그 중 하나가 느릿하게 방향을 틀고,
그의 신체 곡률과 보폭을 스캔하며 말없이 회전한다.
문이 열렸다.
건물 내부는 외부보다 훨씬 더 조용했다.
모든 벽은 흡음 처리가 되어 있었고,
조명은 감정 반응을 유발하지 않도록 평균 색온도 4100K로 유지되고 있었다.
공기는 무색, 무취, 무음.
걸음이 벽에 부딪치지 않고,
사람이 사람을 지나쳐도 아무 울림이 없었다.
가온은 안내 AI에 따라,
지하 1층, 중앙 판결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이레를 만난다.
이레.
도시 전체의 정의 평점 관리와 집행 권한을 가진 핵심 인물.
그는 단 한 번도 평점을 잃은 적이 없고,
도시 내 모든 시민이 그의 행동을 교본으로 삼는다.
가온이 들어서자,
이레는 연단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눈은 고요했고, 시선은 수평을 벗어나지 않았으며,
표정은 말 그대로 정지된 조각 같았다.
그의 의복은 검은 집행복.
어깨에는 도시 문장이 새겨진 은색 라펠이 걸려 있었고,
가슴팍엔 ‘질서의 수호자’라는 작은 마크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기계음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온 씨. 외부인으로서의 일정 권한이 승인되어 있습니다.
발언 시간은 7분 이내로 제한됩니다.
질의는 총 3항까지 가능합니다.”
가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본론부터 꺼냈다.
“어제 광장에서 있었던 분리 조치.
노인 한 분이 끌려갔습니다.
그 기록을 열람하고 싶습니다.”
이레는 반응하지 않는 듯 보였지만,
데스크에 손을 얹은 순간, 뒤편 스크린에 데이터가 떠올랐다.
“대상 시민: 코드 4-B-97.
위반 항목: 공공 선행 미이행, 규범 질문 행위, 시민 평가 시스템 의문 제기 등 총 12회.
평점: 0.00
처분: 자격 박탈 후 격리 절차 실행.
이의 없음.”
가온은 숨을 들이켰다.
그 데이터는 빠르고 간결했다.
그러나 너무도 간단히 사람 하나를 도시에서 제거한 문서였다.
그는 한 걸음 다가섰다.
“저는 그가 무언가를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는… 말했을 뿐입니다.
그는 시스템에 묻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이레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
“질의는 자유입니다.
그러나 질의의 형태가 감정 기반이라면—
그것은 동조를 유발하며,
질서를 흔들 수 있습니다.”
가온은 되물었다.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의 감정을 억제한다면,
그건 정의인가요?
아니면… 그냥 관리입니까?”
이레는 정면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정의란, 반복 가능한 구조 위에 존재해야 합니다.
감정은 그 반복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사람을 처벌하지 않습니다.
점수를 기반으로 ‘질서를 재조정’할 뿐입니다.”
가온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 말은 정확했다.
너무나도, 냉정하고 정확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가 격리되던 순간, 저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 눈엔 죄가 없었어요.
그 눈은… 살아 있었어요.”
이레의 표정은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주 짧은 숨 멈춤,
한쪽 눈두덩의 미세한 긴장.
그러나 곧 되돌아왔다.
원래의 이레로.
“그것이 감정입니다.
감정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가온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이레 역시 가온을 보내지 않았고,
단지 조용히 시선을 떼었을 뿐이다.
그날 밤, 가온은 기록한다.
“질서와 정의가 분리되기 시작할 때,
사람은 숨을 멈춘다.”
“나는, 그 침묵에 질문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