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치다, 길이 되다 8화

용서란, 사실 존재하지 않았다

by 공인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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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 용서란 그 사람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절대 용서 못 해.”
그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내 마음이 얼마나 상했는지, 얼마나 억울했는지, 용서란 단어만 들어도 치를 떨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속이 풀리기는커녕, 더 조여드는 기분이었다.

분노는 마치 녹슬지 않는 사슬처럼 내 안을 감고 있었다. 그 사람은 이미 자기 삶을 살고 있었고, 내 분노를 느끼지도 못한 채 어딘가에서 웃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날에 묶여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이 감정을 붙잡고 있는 게, 그 사람을 붙잡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감옥에 가두는 일이구나.’

그때 알았다.
용서란 그 사람을 위한 게 아니었다. 문제는 내가 그 감정을 움켜쥔 채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용서는 그를 풀어주는 일이 아니라, 나를 그 감정에서 꺼내주는 일이었다.


2절. 놓지 못한 감정은, 결국 나를 다치게 한다

용서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건, 마치 시간 속에 발이 묶여 있는 것과 같았다. 몸은 하루하루 앞으로 나아가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었다.

처음엔 이런 집착이 정의감이라고 생각했다. “잊으면 안 돼. 그래야 내가 무너지지 않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았다. 그 기억은 나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는 걸.

용서란 기억을 지우는 게 아니었다.
그 기억을 다른 자리에 배치하는 일이었다. 마음속 서랍 어딘가에 넣어두고, 매일 붙잡고 살지 않는 것. 그게 놓아주는 첫걸음이었다.

나는 그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피하려고 할수록 더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울분과 억울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품고 있는 ‘나’를 먼저 풀어주어야 했다.


3절. 도는 결국, 감정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의 기술이다

나는 한동안 ‘감정을 없애는 것이 수행’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억누르면 형태를 바꿔서라도 올라왔다.

그제야 알았다.
도인은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이라는 것을.
분노, 원망, 질투—그것은 짐이 아니라 에너지였다. 방향만 바꾸면 삶을 새롭게 만드는 도구였다.

용서는 그 기술 중 하나였다.
분노라는 화살을 끝까지 당기지 않고, 스스로 손을 놓아버리는 선택.
그 순간, 그 화살은 더 이상 나를 다치게 하지 않았다.

“도는 감정 없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삶에 이롭게 쓰는 사람으로 바뀌는 것이다.”


4절. 그날, 나는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 그러나 말은 하지 않았다

결심은 조용히 찾아왔다.
특별한 계기도 없었다. 그냥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나는 그에게 “용서해”라는 말을 건넨 적이 없다.
대신 더 이상 그를 욕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사람에게 비난을 늘어놓지 않기로 했다.

놀랍게도, 그렇게 마음을 놓자 내 몸이 가벼워졌다.
그가 여전히 모른 척해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이제 그가 내 하루를 잡아먹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진짜 용서는 말로 하는 게 아니었다.
그 사람을 대하는 내 에너지, 내 마음의 쓰임이 바뀌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었다.


5절. 그 사람을 이해하지 않아도, 풀 수 있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이해하면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이해하지 않아도 풀 수 있다.
이해가 전제가 되면, 나는 평생 그 문 앞에서 서성이게 될지도 모른다.

그가 왜 그렇게 했는지,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그건 아마 평생 알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심지어 그 스스로도 모를 수 있다.

도는 모든 진실을 밝히는 길이 아니었다.
그 경험을 내 안에서 어떻게 정리할지를 선택하는 길이었다.
“나는 진실을 풀지 못했지만, 내 감정만큼은 내가 풀 수 있었다.”

그 결심이 내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6절. 이제 나는, 더 이상 복수를 상상하지 않는다

예전의 나는 자주 상상했다.
“나중에 잘 돼서, 보란 듯이 보여줄 거야.”
그 상상이 원동력 같았지만, 사실은 족쇄였다.

진짜 자유는 복수를 완성하는 데서 오지 않았다.
복수라는 생각 자체를 내려놓는 데서 왔다.
그 사람의 존재가 내 기준이 되지 않을 때, 나는 비로소 내 삶을 온전히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알게 되었다.
용서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누군가 잘못했다면 용서가 필요하겠지만,
그는 나를 무너뜨리려 한 게 아니라
내 영혼의 성장을 위해 희생해 준 존재였다.

그러니 용서할 것도 없었다.
남는 건 감사뿐이었다.


“도인은 용서하지 않는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음을 알기에,
모든 인연을 감사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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