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기록

시험지가 들어온 날

by 공인멘토
ChatGPT Image 2026년 1월 2일 오전 09_22_07.png

이번 동안거 공부 중에
나는 내 마음이 흔들리는 장면을 마주했다.


회사에서 어린 후배들에게
무시당하고, 따돌림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괘씸했고, 화가 났다.
감정은 즉각적이었고, 솔직했다.


그러나 그 화는
밖으로 향하면 원망이 되고
안으로 향하면 공부가 된다는 걸
나는 이미 배운 사람이다.


그래서 멈춰 섰다.
그리고 스승님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 순간 분명해졌다.
이 상황이 문제라기보다,
이 상황 앞에서 드러난
내 태도가 문제라는 사실이.


나는 나 자신을 다시 살폈다.
후배들을 제대로 존중해 왔는지,
나이와 경력이라는 이름으로
나도 모르게 벽을 세우진 않았는지,
이로움을 주는 선배였는지,
아니면 당연히 대접받아야 한다고
속으로 기대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했는데
나는 너무 뻣뻣하게 서 있었던 건 아닐까.


후배들에게 이로움을 주지 못하는 자가
선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쉽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알게 되었다.
이 인연들은
나를 해치러 온 사람이 아니라
나를 깨우러 온 귀인이라는 것을.


내가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한
존중과 겸손을
이렇게 정확한 자리에서
비춰주기 위해 온 인연들.


하느님께서
수많은 글과 말속에서
내 안에 스며든 자만을 알라고
시험지를 내려주신 것이 아닐까.


스승님 법문에 이런 말씀이 있다.

“이런 일이 있는 것이야말로
하늘이 아끼기에 시험지가 들어온다.”


지금의 이 일은
벌도 아니고 징계도 아니다.
나를 꺾기 위함이 아니라
다시 바로 세우기 위한 조정이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상황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나 자신을 돌아보기로 했다.


지금 내 앞의 한 사람도
제대로 존중하지 못하면서
어찌 공익을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아직 갖추는 중이다.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낮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르게 서기 위해.


오늘의 부끄러움을
수행으로 삼는다.
이 시험지를
감사히 받아 든다.


그리고
다시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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