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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려 Feb 28. 2024

쓰잘 떼기 없는 대화

이번에는 간식을 어떻게 할까요?

작년에는 음식의 양이 많았어. 

**김밥은 싸고 맛있어.

김밥은 조심스러워서 주문하면......

김밥이야기로 아침회의시간의 반을 쓰고 있다.


사내 교육행사의 간식이야기로 몇십 분째 이야기 중이다.

먹는 것에 대한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지 않는 나로서는 정말 힘든 시간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준비하는 시간에 힘을 빼고 싶지도 않다.

일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나에게는 그러한 시간이 무의미하다.

주면 먹고 없음 말고의 성향인 나에게는 먹는 것에 대한 긴 이야기를 즐겨하지 않는다.

참 시긴 하게도 사람들은 간식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모임의 목적성은 강의인데 강의 질에는 별신경을 안 쓰고 왜 먹는 것에 에너지를 뺄까?


또 다른 어느 날이다.

나의 목적성은 책을 읽고 나누는 자리였다.

그런데 책이야기가 흘러나오지 않는다.

내가 이 자리를 위해 시간을 쪼개서 책 두 권을 독파하다시피 하고 나왔는데 말이다.

시간을 내서 나온 자리인 만큼 나는 내가 읽고 느끼지 못했던 지점들이 궁금했다.

그런데 여전히 책이야기는 흘러나오지 않는다.

먹고 마시고 하는 것을 위한 자리의 목적성이 아닌 나는

마무리한 후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나왔다.


이렇게 엔덱스적 관계에서 목적성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다.

뭐든 괜찮은 관계가 있냐 하면

어떠한 목적이 맞아야 괜찮은 관계가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러한 것들의 접점이 맞지 않는 순간수간들이 느껴진다.

그런 느낌의 순간들의 가장 아까운 건 나에겐 시간이다.

내가 이 시간에 이 자리에 지금 이런 모습으로 굳이?

차라리 집에서 책을 읽는 게 더 나을 텐데...


나에게 쓰잘 떼기 없는 대화이나 누군가에게는 쓰잘 떼기 있는 대화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지난날의 모임이 너무 좋았다며 하트를 넣는다.

나는 무심하게 1/N로 계산돈 돈을 입금하고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사라진다.

어떠한 것이 맞고 틀리다는 정답이 없는 상황들

결국 나와 접점이 맞는 누군가의 오래된 대화가 더욱 즐거운 나라는 것을 나는 또 느끼게 된다.

나이가들이 서서히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알게 되는 과정들이 귀찮아진다는 언니의 이야기가 

어느새 내 모습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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