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려 Apr 03. 2024

추억이 방울방울 올라오는 날

미소천사가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 너무 예뻐서 뒤돌아 보던 미소천사

바로 지금의 아들이야기다.

아침에 남편이 건네준 어릴 때의 아들의 사진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작은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고 미소를 짓고 있는 아들

놀이 공원에서 밝게 웃는 아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때의 기억들이 지나간다.

그 옆에 아이를 안고 웃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젊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눈가와 이마의 주름이 많아지고 흰 머리카락 그리고 중년아저씨의 표본인 배가 뽈록하다.

그렇게 풋풋했던 시간들은 나의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한때는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을 자주 바꾸며 내 기분 내 모습을 남기던 시간들이 있었더랬다.

지금은 한번 바꾸면 관심이 없어지는 프로필사진은 그런 과거의 나의 모습을 가득 채운채 현재의 나의 모습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 프로필사진은 얼마 전 돈을 주고 찍어둔 프로필 사진이 자리 잡고 있는지 오래되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필터로 감춰진 나의 잡티와 주름이 없는 모습으로 때론 기분 좋게 힐링을 했었기에

넘쳐나는 사진들은 지금 나의 핸드폰과 컴퓨터 폴더 어딘가에 숨어있다.

수많은 사진들 그리고 남겨진 기록들은 언젠가 시간이 지나 이렇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마음을 촉촉하게 해 준다. 나는 오늘 추억여행을 떠나는 중이다.


컴퓨터 속 어딘가에 있던 파일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배추도사 신랑과 무도사 신부'

십 년 하고도 그전 어느 날에 남편 회사 사보에 실린 글이다. 지금 읽어보니 참 부끄럽기 짝이 없는 글을 읽어 내려가본다. 소개팅을 하고 생뚱맞은 '쌈밥'집행을 시작으로 함께한 시간들을 말하고 있다.

글 속에 담긴 남편과 결혼하게 된 좋은 점을 보고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연애를 하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건 싸우지 않는 점~! 무덤덤하다는 점~! 급하지 않다는 점~!>


연애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은 사람이 없었는데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결혼을 하고 무덤덤하고 급하지 않은 점은 싸움의 원인이 된 시간들이 지나간다.


나이가든 남편은 이따금 옛날의 추억에 머물러 있다.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려 아들의 어릴 때 예쁜 사진을 가족 톡방에 올려준다. 지금의 고등학생이 된 아들이 내 눈에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이쁜데 과거의 그 어느 시점이 그리운가 보다.

여행유튜브를 좋아하고 감성적여지는 남편은 아들이 좋아하는 새우를 까놓고 핸드폰을 보다  잠든다.

그게 자신이 아들을 사랑하는 표현임을 나는 안다.


가족톡방에 남겨지는 아빠의 마음들

> 이번주도 다들 파이팅이요 아들은 좀 더 부지런히~!

> 오늘 밤늦게 하고 내일 비 온답니다~ 오늘도 Go Go~(뽀뽀)

> 아빠도 그때쯤 시험 열공합시다 슬슬 집중모드


과거의 기억과 추억을 그리며  창밖에 들리는 빗소리로 감성이 돋는 지금이다.

젊은 시절의 내가 그리울때가 아주 가끔 가끔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날이다.

나의 젊은 시절 어느날을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님의 은혜로 탄생한 기적 같은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