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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려 Apr 04. 2024

주님의 은혜로 탄생한 기적 같은 아이

주은이의 생일, 햇살보다 밝은 날

오늘은 내 조카 주은이의 생일이다. 그 아이의 존재 자체가 주님의 큰 은혜이자 기적 같은 일이었기에 더욱 뜻깊은 날이다. 햇살이 비추는 아름다운 봄날, 주은이의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이 가슴 벅차오른다.


이름처럼 '주님의 은혜' 주은


주은이가 태어나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엄마는 나와 여동생에게 한 명의 아이만 낳아 키우라고 권유했다. 세 명의 자녀를 키우며 인생의 많은 부분을 희생했던 엄마는 자식들에게 그런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나만 낳아서 잘 키워라." 

엄마의 그 한마디가 내 가슴에 꽂혔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한 개인의 삶을 온전히 희생하는 것이라는 말씀이었으니까. 엄마 자신의 인생에서 그러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동생은 두 번째 아이를 갖게 되었고, 엄마는 크게 화를 내셨다. 첫손주의 뒷바라지를 지금까지 해주고 있는 엄마는 아이를 키운다는게 엄마라는 자리의 희생과 물질적인 부분에서 많은 부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동생은 임신 7개월쯤 큰 사고를 당했다. 평소 쌀국수를 좋아하는동생은 뜨거운 국물을 다리에 쏟아 무려 양쪽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었던 것이다. 심한화상으로 통증이 심한가운데도 마취를 하지 않고  동생은 뱃속 아기를 위해 고통을 참아내며 치료를 견뎠다.

당시 동생의 모습을 보며 나는 눈물바람이 일었다. 두다리에 그리고 발까지 이어진 화상을 보며 나는 너무나 가슴이 메여왔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며 동생은 결국 아기를 무사히 출산할 수 있었다. '주은'이라 이름 짓고, 주님의 은혜로 태어난 아기라는 뜻을 담았다.


세상에 나온 주은이는 애교 넘치고 밝은 아이다. 어린 나이지만 이미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확실히 표현하며, 멋부리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참 닮았다.

종종 주은이를 데리고 다녔다가 딸이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다. 주은이와 손을 잡고 걷다보면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이제 초등학교2학년인 아이는 아는 것도 많고 눈치도 빠르며 대화가 되는 아이라는게 때론 신기할때가 많다.


어제 주은이에게 전화해 생일을 축하했다.  주은이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바람소리 같은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참 좋았다. 통화 내내 애교 섞인 말투가 귀여워 웃음이 절로나온다. 받고 싶은 선물을 골라보라는 말에 고민이 된다며 "이모, 지금은 갖고 싶은게 없어서 생각나면 보낼께요." 그리고 문자에는 수십 개의 하트가 가득하게 전해온다.


이아이가 우리가족에서 얼마나 큰 축복인지. 얼마나 큰 웃음인지. 얼마나 큰 사랑인지..

그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엄마의 사랑이라는 큰 힘으로 태어난 아이라 그 힘이 강력한지도..

뱃속에서부터 기적이 있었던 아이는 우리 가족 모두의 삶에 큰 선물이 되어 주었다. 앞으로도 주은이가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한다. 지금처럼 이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길 바란다. 주은이만큼이나 환한 햇살이 비추는 이 봄날은 참으로 의미 있는 날이다. 이모가 가장 사랑하는 조카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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