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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려 Apr 05. 2024

마흔의 몸, 유연함으로 빚어낸 삶


"영아! 일어나!"


엄마의 부르심에 벌떡 일어나 영혼 없이 일상을 살아가던 나의 청소년기가 떠오른다. 새벽에 일어나 영혼이 없는 밥상머리에서 아침밥을 먹고 봉고차를 타고 학교를 갔다가 집에오면 밤 10시가 훌쩍넘은 시간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바쁘게 움직이며 시간을 보냈던 나의 학창 시절, 지금의 아들과는 참 다른 모습이다.

지금의 아들은 정말 한량 같다. 아침7시도 훌쩍 넘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 샤워에만 30분의 시간을 소비한다. 아침밥은 먹을 생각도 없고 시간이 없어도 젖는 머리는 꼭 그리 말린다.  왜 그렇게 느릿느릿할까. 나의 사춘기 시절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엄마의 잔소리에도 고개만 끄덕이며 학교로 향한다. 


정말 나와는 정반대의 성격인 것 같다. 나는 그때 부지런하고 조바심이 있게 살아왔는데, 아들은 뭔가 느리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를 마음 졸이며 보낸 내 청소년기와 달리 아들은 여유 있어 보인다. 그러나 경각심 없이 지내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하는 물음표로 이따금 잔소리를 하는 엄마다.


과거 내 모습을 되돌아보면 지금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어릴 때부터 뚱뚱했던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맹장 수술을 받으면서 체질 변화가 있었다. 복막염으로 한 달 입원하는 동안 일주일 동안 금식을 하면서 살이 빠졌고, 그 이후로 점점 날씬해졌다. 사춘기시절 소화가 되지 않을 속옷을 꼭꼭 챙겨입고 다녔으니 밥이 넘어갈 일이있었을까? 대학생 시절에는 뻥튀기와 우유를 먹으며 살을뺀다고 노력을 했고. 밥 먹고는 배가 나올까봐 앉아있지도 않았다. 그런 나는 결혼하기 전에는 45~46kg을 유지했고, 임신 말기에도 52kg으로 마무리했다. 나는 마른 여자의 몸매가 부러웠다. 그런 여자가 되어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건강함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헬스장에서 보이는 내 모습, 강해진 다리 근육과 그리고 유연해진 몸가짐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나의 작은 노력들이 쌓인 결과물들은 그렇게 나의 몸의 변화를 만들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점이다. 예전같이 몸매에 유난을 떨지 않는다. 적당한 살집이 있어서인지 얇고 마른 여성들이 부러울 때도 가끔 있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더 뿌듯하다. 

몸이 변화하듯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삶의 유연함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얇고 예뻐보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한 자신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뻥튀기나 우유로 무리하게 살을 빼려 들지 않는다. 건강한 몸이 중요하다. 몸매보다는 건강이, 겉모습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욱 소중함을 알아가는 중이다.


햇살 좋은 아침, 건강한 내 모습을 보며 유연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어떠한 시간적인 강박에 파르르 하던 마음과 마른 여자의 모습을 동경했지만, 지금은 내 자신의 모습에 더 만족한다. 

마흔을 넘어선 지금, 몸과 마음의 유연함의 변화를 느끼며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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