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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려 Apr 11. 2024

변화하는 세상 변화하는 내마음


선거철이 되면 언제나 똑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오른쪽은 빨간색, 왼쪽은 파란색으로 물들어가는 우리나라 정치판. 마치 태극기 문양처럼 뚜렷이 나뉘어진 이 정치적 지형이 늘 신기할 뿐이다. 

작은 나라에서 이처럼 이념과 색깔이 첨예하게 갈리는 건 참 특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이 정치적 지형도를 보면,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어떤 근본적인 것이 있는 듯싶다. 


어쩌면 나의 정치색 자체가 그렇게 고정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성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게 어디서 온 건지 궁금해진다.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노동자 출신 배경이 큰 영향을 끼친 듯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진보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었고, 대학 시절에는 그런 바탕 위에 더욱 강한 정치적 열정을 품게 되었다.

대학 입학에 자연스레 발을 담은 공대 단대 동아리가 운동권 동아리였다. 공대 학생회장 선거에서는 흔히 말하는 비권인 우리 과와 다른 운동권 선배를 지지했고, 열정적인 선거운동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선배들은 단순히 과 선배들과는 다른 '의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열정과 신념에 감동받았고, 그들의 삶의 태도를 존경했다. 

그렇게 젊은 시절 나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와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어느새 과거의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 있었다. 열정은 식었고, 분노도 사그라들었다. 이제는 그저 '소시민'이 되어 누군가가 이겨주길 바라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누군가는 "누가 뽑혀도 다 똑같다. 나랑 상관없다. 이기는 편이 우리편..."이라고 말한다. 

젊은 시절 외쳤던 구호와 신념들이 이제는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가 변했을까, 아니면 세상이 변했을까?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염려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고 있다. 

젊은 시절 존경했던 운동권 선배들이 추구했던 가치들이 여전히 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비록 이제는 그들만큼 열정적이지 않지만, 언젠가 다시 불붙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나이 들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변화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과거에 격렬했던 정치 의식이 점점 냉각되어 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정의감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그 열정의 본질이 계속해서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소시민이 되어 누군가의 승리를 바라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공정성과 정의에 대한 염려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염려가 나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근원이 되고 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내 마음의 일부분인 것 같다.


세상을 바꾸기 바라며 발을 딛인 정치인들이 제발...

그 당선이 권력이라는 자신의 욕심이 되지 않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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