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장 수제비 먹으러 갈래요?
국장님 저는 후배와 같이 먹고 오겠습니다.
근처에 같이 가죠?
그럼 갈까요?
네... 총총총
뭐든 잘 먹는 나는 싫어하는 음식이 많지 않다.
싫어한다는 표현보다는 즐기지 않는 음식이 있다. 바로 수제비와 칼국수 그리고 국수
나는 이 세 가지의 밀가루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원푸드음식보다 잘 차려진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한정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밀가루에 김치가 하나 있는 음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
새해 첫날에 먹는 떡국도 그 질감과 몇 가지 없는 반찬에 먹는 그 맛이 싫어 떡국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힘든 음식 중의 하나도 돼지국밥이었다.
원푸드 음식의 대표적인 직장인 음식, 처음에는 건더기만 골라먹었고 지금은 국물도 잘 먹고 양파와 고추를 된장을 찍어 먹으며 이따금 점심메뉴로 잘 먹는다.
안 먹던 것을 먹는다는 것 나이가 들어 먹는 경험이 늘어나면서 입맛이 달라지고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수제비를 먹는다기에 시큰둥하고 그냥 한 끼 먹지하는 발걸음으로 가게 된 인근 식당
'황태'타이틀을 부치며 운영하는 곳이다. '황태수제비' 한참을 기다려 뚝배기에 안온 수제비는 국물이 뽀얗다.
뽀얀 국물에 둥둥 떠다니는 황태와 수제비의 조합이란 어떤 맛일까?
숟가락으로 한입을 넣은 수제비가 참 쫄깃하다. 식감이 좋군
과일도 물컹거리고 설컹거리는 건 먹지 않는다. 물 많은 황도 복숭아보다는 백도 딱따기 복숭아를 좋아하고
빨간 홍옥사과보다는 시퍼런 햇사과를 좋아하고, 물컹거리는 토마토는 먹지 않는다.
뭐든 씹는 행위가 있어야 하는 나는 그래서 선식 그리고 쉐이크, 갈아먹는 음식을 즐기지 않는다.
오늘 쫄깃한 수제비의 맛에 아 좀 맛있네? 하는 생각과 그리고 같이 나온 김치의 식감이 나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물컹거리는 중국산 김치가 아니라 아삭아삭 적당히 익은 김치 맛은 쫀득한 수제비의 맛에 맛을 더한다.
이모님 여기 김치 좀 더 주세요!
김치 한 접시를 다 비운 테이블 위에는 이모님의 사랑이 가득한 김치가 또 올라온다.
어릴 때는 자장면을 먹던 입맛이 짬뽕으로 변하면 어른이 된다고 했던가.
수제비의 맛을 몰랐던 나는 오늘 수제비의 다른 맛의 세계를 알았다.
그러함에 나는 어제보다 오늘 좀 더 어른이 된 날이 된 것일까?
수제비의 맛을 알게 해 준 아삭이 김치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생유 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