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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려 Apr 17. 2024

자극을 주는 삶의 궤적을 본다

막내동생의 이직 소식을 듣고 나는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대학 4학년 때 입사해 지금까지 한 곳에 다니고 있는 나와 달리, 동생은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다. 내가 오래 다닌 이 회사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능력이 뛰어나서일까, 아니면 능력이 부족해서일까? 여전히 나는 이 물음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랜만에 연락이 뜸했던 동생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직 축하해."라는 나의 메시지에 동생은 짧게 "고마워, 누나."라고 답했다. 

이어진 대화 속에서 동생은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간 동생은 여전히 그곳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대학교 때 즐겨보던 잡지 PAPER. 대학생 누나가 보던 잡지를 보며 세상을 알아가던 동생은 중학생이었다. 세상에 먼저 발을 내디딘 나는 동생에게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며 잔소리를 하곤 했던 큰누나 자리의 나와는 공감의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여전히 내겐 어린 동생인 그가 마흔이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사춘기 동생이 그리고 집에서 독립을 하고 싶어했던 아이는 서울에서 자신의 삶을 묵묵히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디자인 분야에서 홍대 라인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동생은 회사 생활과 대학원 과정을 병행하며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자신만의 영역을 차근차근 키워나가는 동생을 보며 나는 대견함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결혼은 자신의 삶 속에서 먼 이야기인듯한 동생은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한동안 회사 문제로 힘든 시기를 겪었으며 이직을 준비했다는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내가 어떤 결과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오랜 직장생활 끝에 부장이 된 지금, 나는 어떤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세상 속 나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이런 물음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 그리고 왜 여전히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지 생각하면 조금은 아니 많이 안타깝기만 하다.

나는 이따금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곤 한다. "잘하고 있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막상 내 삶의 결과를 돌아보면, 나 자신이 보잘것없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오늘 같은 날은 그런 느낌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부장이라는 직책이 나를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것이 내 진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 속 나의 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런 물음들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며 나를 괴롭힌다.


마흔 중반의 나이에 와서 나는 스스로 평가하곤 한다. 1부터 1,000까지의 줄을 그어본다면, 나는 그 가운데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까? 800번째 정도의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799번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 속에 나는 시간을 보낸다.

오늘 이 순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이른 아침 눈을 뜨며 하루를 시작하는 지금 때문일까?

밝은 햇살 가득한 오후, 커피 한잔을 즐기며 나는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동생의 이직이야기는 나른한 오늘 내게 자극으로 다가온다. 나로 하여금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피곤함에 카페인이 필요하듯 현실만 급급한 지금의 삶에 자극을 준 동생이 졸린 눈을 크게 뜨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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