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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려 Jul 03. 2024

내성적 아이는 명랑한 어른으로

한마디를 했는데 열 마디를 한 기분이 드는 사람이 있다. 일 년에 두 번 학교를 갔을 뿐인데 별난 엄마의 모습이 되는 사람이 있다. 몇 마디를 안 해도 시끄럽고 목소리가 크며 말을 많이 한 기운이 나는 사람이 있다.


그게 바로 나다.


나는 왜 그런 이미지일까? 아마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을 테니, 내가 가진 모습에서 나오는 행동과 말, 그리고 태도에서 풍겨 나오는 이미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를 보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면... 그만큼 매력적인가? 하는 나만의 생각으로, 불특정 다수의 말들에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렸을 때 나의 모습은 있는 둥 없는 둥 하는 삶이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사진의 한 컷이 있다. 나의 유치원 어린 시절의 모습. 포항에서 울산으로 이사를 와서 교회 유치원을 다녔던 나는 졸업을 앞둔 시절이었을까? 아니면 집에 돈이 없어서 그랬을까? 원복 사이에서 나는 빨간 주름치마에 블라우스를 입고 멜빵을 하고 있다. 아마도 특별한 날이었을 테지. 그래서 사진을 남겨 율동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있다.


자라오면서 어딘가 나서거나 한 적이 언제 있었을까? 나선다, 나댄다, 이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런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러고 보니 나는 교회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했다. 동네에서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는 교회에서 나는 신앙생활을 했다.


어릴 때부터 성가대 생활을 했으며, 혹독한 지휘자 선생님 밑에서 버티며 전국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탄 기억. 촌스럽게 볼이 붉은 모습과 약간의 통통에서 뚱뚱 사이의 모습으로 나는 서 있었다. 하얀 스타킹과 검정 치마에 또 블라우스를 입고, 지금 보면 그리도 촌스러울 수 없는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서 나는 독창을 부르는 아이였다.


고등학교 동아리 합창단에서는 테스트에서 떨어졌지만, 교회에서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했다. 신앙의 기반이 된 믿음 생활로 인해 나는 성극 공연의 주인공이 되어 눈물 연기를 하는 어린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성적인 성향이었으나, 할 때는 하는 강단 있는 모습이 간간이 드러나는 지금의 나의 모습은 유재석, 신동엽이 그렇게 웃기고 웃기지만 MBTI에서 'E'가 아닌 'I' 형이라는 사실처럼 그렇게 나도 그랬다.


그런 아이가 나이가 들어 마흔 하고도 중반이 된 지금의 나는 극 'E'가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다. 내가 그렇게 외향적인가? 하는 물음표에 사실 그렇지도 않다. 지나가다 아는 사람을 만나도 달려가서 인사를 하는 적극적인 성향은 내게 없다. 나는 아는데 저 사람은 나를 모를 수 있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냥 지나쳐 버린다.

내가 극 'E'로 보이는 이유는 뭘까? 나는 솔직한 사람이다. 솔직하게 나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딱히 친절하지는 않지만 나는 그때그때 상황에 느껴지는 감정에 반응하며 말을 한다. 가식이 없는 사람, 그게 나다.


누군가의 눈에는 때론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나를 판단할 수 있지만, 나는 나다움을 지향하며 삶을 살아가는 솔직하고 명랑한 어른이다.


요즘 최화정의 유튜브를 이따금 본다. 하얀 살결에 어울리는 빨간 립스틱과 원피스들. 정말 캔디가 생각나는 60이 넘은 최화정 언니의 모습을 보면 너무나 사랑스럽다. 명랑한 어른으로 웃음이 넘쳐나며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나가는 그녀를 보면서 나의 미래를 그려본다. 비록 웜톤이라 레드 립스틱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말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그것은 나다움으로 나다운 색깔을 표현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시끄럽나? 말이 많나? 아니면 유쾌한가? 재미있는가? 어떠한 모습도 결국 나라는 것... 잊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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