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려 Sep 25. 2024

가을, 그리고 나

눈을 비비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 쌉쌀한 커피향이 내코로 스며들어오는 지금, 어느새 다시금 이렇게 글을 써내려간다. 이 작은 습관이 주는 안락함 속에서 나는 조금씩 마음을 열고,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진다. 근면함이라는 내 장점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한때는 매일매일 분주히 움직이며, 순간순간 무언가를 이루어내던 나였다. 일에 몰두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던 그 시절의 에너지가 이제는 마치 사라진 그림자처럼 느껴진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문득 멈춰 서서 돌아보면 내 몸과 마음은 예전 같지 않음을 깨닫는다. 소중히 여겼던 꾸준함과 성실함은 어디로 갔을까? 그 시간 속에서 내가 놓쳐버린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스스로를 잃어가는 느낌이다. 나를 돌아보면, 잃어버린 시간의 조각들이 아쉬움으로 쌓여 있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목표가 아니라,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의 나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고 있다.


하지만, 다시금 돌아가고 싶다. 나는

한해가 100일도 남지 않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까. 천천히라도 다시 시작한다면,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조금씩 무너져내린 듯한 지금,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다시 걸어가 보려 한다. 


가을이 왔다. 유난히 무더웠던 2024년의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점심시간에 느껴지는 그 바람은 어느새 다가온 가을을 알리고 있다. 공기는 한결 맑아지고, 햇살은 따스하지만 그 속에 스며든 차가움은 나뭇잎을 하나둘씩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나는 가을의 매력을 새삼 느낀다. 


도시의 복잡한 소음도,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도 가을의 깊은 여운 속에 묻혀버린 듯하다. 가을은 늘 이렇게 조용히 찾아와, 지나온 계절의 흔적을 말없이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만든다. 바람의 향기가 내머릿속으로 그리고 내 손끝으로 살랑살랑 움직이는 이 순간, 나는 나의 삶을 정리하는 기회를 갖고 싶다. 지난 내 속도를 찾고 싶다.


나는 이 가을을 통해 다시 나를 만나는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그 여정 속에서 나의 꿈과 목표를 다시 되새기고, 나를 잃지 않도록 하겠다.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일은 어쩌면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번 가을, 나는 나를 다시 바라보겠다. 느리지만 확실한 발걸음으로,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다시 찾기 위해.


그리고 2024년 마지막의 웃음을 위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