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혼자다."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짧은 이 문장은 너무나 단순하지만, 그 속에 인간 존재의 본질이 담겨 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가족과 동료,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 또한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나는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다.
이녀 일남 중 장녀로 자라온 나에게,
형제자매가 없는 아들이 가끔 걱정이 되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던 시절,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 형제자매가 있었다.
"동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고민에 주사를 맞아보고,
임신 테스트기의 희미한 두 줄에 설렘과 두려움을 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걱정이 앞섰다.
내 앞날에 대한 불안감과 책임감이
나를 압도했다.
결국 아들의 동생은 내 마음속에서 떠나보냈다.
가끔 장례식장에 갈 때면,
가족이 많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은 혼자니까,
나중에 우리가 떠나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삶이 형제자매라는 울타리보다
내가 속한 작은 울타리,
곧 "나 자신이 속한 관계들"로 이루어진다는 걸 깨닫는다.
결혼해서 만들어진 가정,
직장이라는 사회,
그리고 나만의 내밀한 세계.
그 작은 울타리가
결국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30대의 나는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족도, 회사도, 주변 사람들도 있었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은 늘 혼자였다.
내 고민, 내 고통, 내 어려움을
어느 누구에게도 온전히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 외로움은
내가 혼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참 어리석었다.
오늘 회사에서 가장 좋아하던 선배님이 퇴사를 했다.
늘 나를 다독여주고,
힘들 때 위로해주던 선배님이었다.
"시원섭섭하시죠?"라고 물었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시원해. 섭섭한 건 없어."
그 미소와 함께 전해주신 마지막 말이
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설사 삶이 어렵더라도 웃으며 살면 되는 거야. 티낼 필요는 없다."
그 말이 참 맞다.
인생은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혼자인 순간들도 많다.
하지만 그 외로움과 고통에
티를 낼 필요는 없다.
웃으며 살다 보면,
혼자라는 사실조차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다.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지만,
나는 웃는다.
왜냐하면,
그 웃음이
내가 나 자신을 지키고 살아가는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