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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두리스트로 다시 그리는 두루두루 고운 나

by 미려

두루미 고울려.
미려.
나의 제2의 이름이다.

지영이라는 평범한 이름이 싫었다.
그래서 거금을 들여 '미려'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이름을 듣는 사람들은 종종 개그우먼을 떠올리곤 한다.
"김기사, 운전해~"라는 그 익숙한 유행어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름의 뜻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달라진다.
**"두루두루 고운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긴 이름이라니.
그 의미를 되새기면,
마치 내 삶에 따뜻하게 새겨지는 문장처럼 느껴진다.


나도 두루두루 고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을 무의식 속에 깊이 새기며, 나는 나를 돌아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과 마음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체력이 달리고, 가슴 깊이 답답함이 찾아온다.
사소한 일에도 불평과 불만이 고개를 들고,
어느새 내 안에 불안이 자리 잡는다.

온화해지고 평온해지는 게 나이의 특권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반대로 더 쉽게 흔들리고 있다.

혹시 갱년기일까?
아니면 그저 삶에 지친 것일까?


요즘의 나는 자신감이 예전 같지 않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대답한다.

"누워서 잠을 자는 것."

그렇게 누워서 뒹굴거리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좋을 때가 있다.

하지만 삶은 누워만 있을 수 없는 법.
그래서 매일 아침, 나는 작은 다짐을 시작한다.
투두리스트를 적고, 하나씩 체크해 나가는 것이다.

묵상하기.
글쓰기.
계단 오르기.
눈 운동하기.

작고 소박한 목록이지만,
이 작은 실천들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한때는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뭔가 부족하고 불완전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내 이름처럼,
두루두루 고운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작은 움직임을 이어간다.

투두리스트에 하나씩
내 삶을 위한 다짐을 써 내려가며.
그렇게 나는 다시 나를 그려간다.

나답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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