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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길, 위로가 되어준 사람

by 미려

긴 설 연휴가 지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월요일.
피곤함이 몰려오고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하는 일 없이 왜 이렇게 피곤하지?
잠시 생각하던 중 어제 새벽산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한동안 매주 일요일 새벽이면 무룡산에 올랐다.
독서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산행을 시작했다.
어둠을 헤치고 산길을 따라 정상에 도착하면,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이 마음 깊은 곳에 강렬한 힘을 불어넣었다.

그때 우리는 작은 간식을 나누며
삶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위로를 주고받았다.
사소한 대화 속에서 웃음과 함께
삶의 교훈과 따뜻함을 배우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한 사건으로 인해 모임이 해체되었다.
그 이후로 나의 새벽산은 멈췄다.
그 아쉬움 속에 또 다른 사람들과 새로운 시간이 흘렀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오래된 지인들과 새벽산에 오르기로 했다.

전날 비가 와서 미끄럽지는 않을까?
몇 년 만의 산행이니 체력이 걱정됐다.
하지만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몇 년 만에 와본 모임 장소는 그대로였다.
어둑어둑한 산길에서 편안한 길이 보이지 않아,
익숙한 가파른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첫 발을 내디디는 순간, 과거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낡은 흰색 등산복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팔에는 푸르스름한 얼룩이 졌고,
한때 딱 맞던 바지는 느슨하게 늘어졌다.
나도, 나의 옷도, 세월을 타고 이렇게 변해버렸다.


산을 오르며 우리는 각자의 삶을 이야기했다.
요즘 힘들어하는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욕하고, 함께 웃었다.
그녀를 위로하는 시간은 마치 예전에
내가 받았던 위로를 다시 전해 주는 것 같았다.

어두운 산길을 밝혀주는 작은 렌턴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빛이 되어 주었다.
마음속 상처를 어루만지고,
서로의 짐을 조금씩 덜어주며 걷는 길.
그 길 위에서 삶은 다시 가벼워졌다.


구름 사이로 살짝 고개를 내민 태양을 보며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나는 준비해 온 계란과 라면을 꺼냈다.
예전에는 위로받기만 하던 내가,
이제는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받은 위로가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순간,
삶이 따뜻하게 이어지는 것을 느낀다.


나에게는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
결혼 준비를 하며 만난 친구들로 이루어진
공육패밀리다.

우리는 여전히 만나면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그들이 어떤 상황에 있든,
서로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아끼며 응원한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나는 늘 감사한다.


새벽산에서 얻었던 힘과 위로처럼 긴세월 그렇게

내 삶의 어두움속에 빛이 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함께 걸으며 나눈 따뜻함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리고 그 힘이 내일도 나를 다시 걷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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