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눈이다!"
경상도에 살다 보면 눈을 보는 일이 쉽지 않다.
올해 설에는 전국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에는 눈이 오지 않았다.
눈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면,
아주 오래전 겨울날 눈이 왔던 순간이 생각난다.
그때도 처음엔 "와, 눈이다!" 하고 좋아했지만,
곧이어 출퇴근길 걱정이 밀려왔다.
눈이 쌓여 도로가 마비되던 날,
운전을 할 수 없어서 겨우 버스를 타고 회사에 갔다.
평소에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던 길이
그날은 세 시간이나 걸렸다.
눈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이라 대책도 없었던 시절.
그렇게 눈은 내 삶에 낭만이 아닌 불편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설에는 오래간만에 눈을 보았다.
가족과 함께 방문한 서울에서 맞이한 눈이었다.
매서운 추위가 있었지만,
바람과 함께 휘날리는 눈발이 어쩐지 행복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처마 밑으로 피하는 사이,
나는 일부러 눈을 맞으며 사진을 남겨본다.
다 큰 아들도 눈을 보니 마음이 풀어졌는지
무뚝뚝하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엄마의 핸드폰 카메라 앞에서 멋진 포즈도 취해 준다.
내가 본 눈은 단톡방에 올라온 거대한 설경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이 참 행복하다.
이따금 일본 삿포로 같은 눈이 많은 곳을 꿈꾸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눈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도심 속에 잠시 쌓인 눈들.
뽀드득거리는 소리는 없지만,
그 눈이 나를 잠깐 동심의 세계로 데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