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감정 점수는 100점 만점에 85점 입니다.
AI가 발전하는 시대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언젠가 기계가 내 감정 점수를 알려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미 우리의 생활 곳곳에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운동을 하면서 나와 늘 함께하는 손목시계는 내 몸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수면 점수를 확인하고, 하루 동안 얼마나 움직였는지, 얼마나 쉬었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한다.
오늘은 운동을 해야 할지, 쉬어야 할지를 알려주는 세상 속에서 나는 살아간다.
그러나 감정은? 아직 내 시계는 내 감정까지 측정하지 못한다.
이따금 기분이 나쁘거나 몸이 지칠 때, 바디배터리라는 데이터가 요동치지만 그것이 곧 내 감정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결들이 있다.
지금, 하루를 마무리하며 퇴근을 앞둔 시간.
나는 나의 하루를 돌아보며 감정 점수를 매겨본다. 85점.
아침에 눈을 떠 조금은 피곤했지만, 수영장을 찾았다.
몸은 무거웠지만 물속에서 한 번 한 번 팔을 뻗으며 내 몸과 마음을 깨웠다.
수영 후 개운함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했다.
출근 준비를 하며 아들의 아침 반찬을 만들었다. 익숙한 손길로 요리를 하고, 서둘러 화장을 마쳤다.
조금 이른 시간에 출근해 부서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날.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짧은 시간이지만 비전보드를 보며 하루를 계획했다.
하루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며 중간중간 계단을 걸었다.
바쁜 하루였지만, 건강을 위해 일부러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오르는 순간을 즐겼다.
조금씩 오르는 숨, 두근거리는 심장이 나에게 ‘살아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회사에서는 밝은 얼굴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점심시간에는 맛있는 식사를 즐겼다.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순간들을 찾으려 노력했다.
사소한 대화 속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면 또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겠지만,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 쓰임을 받는다는 것은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완벽하지 않은 하루 속에서도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벅차지만,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이루고 있다. 오늘을 채우며 내일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내 감정을 들여다본다.
오늘의 감정 점수 85점. 충분하다.
내일은 또 어떤 점수를 받을까? 90점일까, 70점일까. 아니면 오늘과 같은 85점일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그 점수를 매기는 과정에서 나는 오늘도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그렇게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