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봄이 시작되던 어느 날.
한 아이가 태어났다.
조그마한 체구, 만지면 부러질 듯한 작은 몸.
2.75kg.
그렇게 아이는 세상에 나와, 엄마 품에 안겨 응애응애 울었다.
그 아이가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다.
다리에 털이 수북하고, 얼굴엔 가끔 수염이 난다.
여드름을 짜고,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드라이를 하고, 젤을 바른다.
어느새, 나보다 아침 단장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내 아들 이야기다.
세상에 태어나,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중년이 된 지금까지도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정말 어른일까?
결정을 할 때도 망설이고,
어른처럼 행동하려 해도 미숙할 때가 많다.
그런데도 나는 어른이 되어간다.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식이 많았다면 더 빨리 철이 들었을까?
그렇지도 않다.
내가 가진 자질과 기질의 크기가 딱 이 정도라서,
나는 작은 어른으로 살아간다.
아이와 처음 만났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낯설고, 어렵고, 두려웠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혈액형을 물었다.
‘설마…’ 하며 걱정했다.
분만실에 들어가기 전에 머리핀을 빼놓고 와서,
그걸 찾겠다고 했던 철없는 엄마였다.
아이가 자랄수록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리학 책을 읽으며 아이를 이해하려 했지만,
책과 현실은 너무 달랐다.
나는 여전히 서툴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의 아이를 보니…
그 아이는 나를 닮았다.
깊이 있는 고민을 잘 하지 않고,
힘든 것을 싫어하고,
적당히 넘기는 태도까지도.
무엇보다 경쟁 없이 살아가는 모습이 닮았다.
나는 매일 아침 수영장에서 팔을 젓는다.
물 위에서 허우적대며 앞으로 나아가지만,
동작은 여전히 서툴고, 호흡은 아직도 어렵다.
나는 미숙하다.
미성숙하다.
여전히 어른이 다 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나도 함께 커간다.
이제 곧 성년이 되는 아이.
아이가 어른이 될 즈음,
나는 과연 어른이 되어 있을까?
그때쯤이면,
나는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