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 숨이 차오른다. 땀이 흐르며 온몸으로 쾌감이 밀려든다.
내 몸이 건강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이 새삼 기쁘다.
지하 4층에서 지상 17층까지, 총 21층을 세 번 오르기로 한 2025년의 다짐.
퇴근 전 20분, 나는 그 다짐을 지키기 위해 계단을 오른다.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직장생활.
입사 초기에는 한 시간도 버티기 힘들어 화장실을 배회하곤 했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
나는 하루에 화장실을 두 번 가는 것조차 잊고 온종일 앉아 컴퓨터를 바라본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고관절 통증으로 치료를 받은 지 5개월째. 흔한 아빠다리조차 못 할 정도로 굳어버린 내 몸.
스트레칭을 하고, 주사를 맞으며 겨우 버티고 있다.
몸은 꾸준히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지난해 받은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들였다.
백혈구 수치, 간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는 결과. 재채혈을 위해 아침부터 병원을 들러 출근한 날,
문득 작년과 달라진 수치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위염, 위궤양, 치밀 유방… 매년 체크해야 할 것들이 늘어간다.
몸은 정직했다. 내가 소홀했던 시간들만큼, 경고의 문장들이 쌓여갔다.
그리고 며칠 전, 가족처럼 지내던 동생이 암 선고를 받았다.
위내시경 재검 결과, 위암 2~3기. 전이까지 의심된다는 소식.
"위암이 치료율이 좋대."
나는 그렇게 위로했지만, 정작 현실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소식을 전해준 지인과의 통화를 마친 뒤, 아무 일도 없던 듯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만약 내가 그런 소식을 들었다면?"
그 순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
나는 호들갑을 떠는 성격이 아니다.
엄마와 동생, 아들이 탄 차가 사고 났을 때도, 아빠가 크게 다쳤을 때도, 오랜 시간 함께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나는 덤덤하게,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아프다면?
그 자리에 설 사람이 있을까?
내가 해왔던 것들을 대신해 줄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그들의 곁에 있었는데, 만약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두려움이 밀려온다.
어쩌면 나도?
스쳐 간 그 한마디가 마음을 짓누른다.
지난밤, 괜한 예민함으로 나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두려움 속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건강을 지키는 일, 그리고 나를 지키는 일.
이제는 절대 미루지 않기로.
내 몸이 살아 있도록,
내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한 계단, 또 한 계단.
나는 천천히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