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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달력에 숨을 심다

by 미려

7·1, 달력에 숨을 심다

책상 위 달력을 넘기자 7·1이라는 숫자가 한동안 뒤척이며 새벽수영을 가지 못했던 나의 몸을 움직인다.

7월의 첫날.

숨 한 번 돌릴 새도 없이 쏜살같이 달려온 상반기의 장면들이 스틸컷처럼 되감기며 떠올랐다. 열네 번의 회사 행사, 갑작스런 남편의 입원, 고2 아들의 성적, 그리고 마산으로의 강의, 나의 고관절 통증까지 바쁜 시간들 속에 가족여행을 세 번 다녀오기도 한 상반기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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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행사 뒤 피곤에 쩔어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 시간, 24시간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 병실에서의 마음,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고속도로를 달려 강의하러 가는 시간, 회사 점심시간에 후다닥 다녀오는 병원 치료 등.

나는 앞의 날들을 숨 가쁘게 소비한 만큼, 나의 공간과 마음 구석구석은 소홀해졌다

바쁘고 정신없다는 이유,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들로 온라인이라는 내 작은 집은 불이 꺼져 있었다. 인스타그램 피드는 먼지 낀 거울 같았고, ‘매일 쓰겠다’ 다짐했던 이곳은 유령 도시처럼 적막했다. 좋아요보다 두려웠던 건, 내 이야기를 놓친 채 내가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의 좋은 친구이자 스승인 책을 손에 놓은 지도 몇 달이 지나간다.


그래서 7월을 맞아 숨부터 고른다. 늦퇴와 피곤으로 찌들어 일어나지 못한 새벽수영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본다. 내 손에서 멀어져 있던 책을 잡아 본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적어 내려가 본다.

다시금 나를 다독이며 하반기를 맞이해 본다.

하루 한 장의 사진과 한 문장의 기록이면 충분하다고 다짐했고, 월·수·금 아침이면 인스타그램 창문을 닦고 화·목 밤엔 브런치 방석을 털어 가끔씩 바람이 드나들도록 문을 열어 두기로 해 본다.


달력의 7·1 옆에 작은 쉼표를 그린다. 상반기의 파편을 흙손으로 주워 모아 7월이라는 화분에 심는 일. 그 속에서 언젠가 문장이라는 잎이 자라나기를, 그리고 12월의 내가 한층 단단해진 뿌리로 웃어 주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나는 다시 글을 써 내려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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