얍얍쩝쩝 호호히히

by 미려

얍얍쩝쩝 호호히히.
오래간만에
정말로 웃어본 점심시간이다.


오래전에 회사를 그만둔
후배 아닌 동생과 밥을 먹었다.
몇 년 만에 본 우리는
여전히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만나기 전,
동생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언니, 오늘 우리 금지어예요.
‘00야, 살 좀 빼라.’”


여전히 콜라 한 캔을 들고,
여전히 라떼 한 잔을 마시며 사는
명랑발랄한 마흔한 살의 동생이
내 앞에 앉아 있다.


요즘은
단순하게 웃을 일이 거의 없는 시기다.
그런데 오늘은
이 아이 덕분에
아무 이유 없이 웃게 된다.

늘 웃고 사는 사람인 것 같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날들이 있다.
오늘의 웃음은
특별해서가 아니라
시원하고 통쾌해서 좋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머리를 쥐어짜며
AI와 대화를 하고,
기획을 하고,
매년 다른 일을 만들어내는 나날들.


재미있긴 한데
내 뇌는 좀처럼 쉬질 못한다.


그래서 이런 시기에
아무 생각 없이 웃게 해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건
꽤 큰 행복이다.


한때는
새로운 인연이 즐거웠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래된 인연 덕분에
나는 오히려 더 해맑아진다.


과거의 인연을 통해
나는 다시
철 조금 덜 든 사십춘기의 명랑함으로
되돌아간다.

매거진의 이전글엄마가 적성인 사람이 어디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