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가 원한 핏이 아니지만 오늘은 입겠습니다.
오래간만에 붙는 바지를 입은 출근한다.
손에 잡힌 이 바지는 원래 내가 고르던 것이 아니였다.
박시한 바지를 원했는데,
오늘의 나는 오래간만에 붙는 바지를 꺼내 입는다.
얇은 허리를 자랑하던 시절은 어디로 갔을까
변하지 않는 몸이라고 믿었는데
허리와 배에는 나잇살이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몸은 말이 없는데, 옷은 자꾸 말을 건다.
느슨해진 감정들을 다시 다듬고 싶어
입은 바지 탓에 배가 쫄린다.
쫄리는 배
예전에 허리가 얇아 바느질로 줄여두었던 자국이 아직 남아 있다.
언제 그런 허리가 있었을까 싶을 만큼
지금은 나는 그 시절과 꽤 멀어졌다.
멀 줄 알았던 것들이 가까워지고,
가까웠던 것들은 어느새 멀어졌다.
몸도 마음도
그런 식으로 시간을 건너온 것 같다.
그래도 오늘 다시,
아주 조금 힘을 내본다.
힘을 낸다고
먼 것이 다시 가까워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이 붙는 바지가 내게 말해주는 만큼만
내 몸과 마음을
조금 더 가까이 당겨보기로 한다.
그래서 오늘은
이대로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