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이 트인다.
숨
내 코인데,
숨을 쉰다는 하나가 이렇게
힘들어도 되는 일인가 싶다.
내 코다.
매일아침
콧구멍에 물을 쏘아 올리고
저녁에는 시원하게 두 번.
내 속에 있는 노란 콧물이
쏟아져 나온다.
내 몸이
나쁜 병균과 싸워 이긴
승리의 결과물이라 생각해본다.
코가 막히니
네 맛도 내 맛도 없는 음식
그럼에도 다행스럽게도
살은 빠지지 않는다.
약을 먹고 몽롱해지고,
몽롱해지니
누워서 자기 바쁜 저녁으로 지나간다.
그동안 달려온 나에게
잠시 쉬어 가라는
쉼표를 받은 시간.
벌써 2주가 지났다.
아직도 걸걸거니는 목소리
아직도 멈추지 않는 콧물.
그래도
그전보다는 나아졌다.
뭐든 굴곡이 있다
삶도,
아픔도,
그리고 모든 것에는.
사람은 살면서
한 번쯤은
죽을 만큼 아픈 고비를
겪어도 괜찮다는 말을 한
나태주 시인
돌이켜보면
죽을 만큼은 아니었지만
아플 때마다
내 인생에는
늘 변곡점이 있었다.
중3, 복막염으로
일주일간 금식하며
개고생을 했고
그 덕에 날씬해졌다.
서른 아홉.
임플란트 두개를 하며
아, 나도 늙는구나 생각했고
인생을 처음으로 돌아봤다.
마흔셋,
자궁적출 후
미친 듯 달려오던 성장 욕심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잠의 중요함과
내 체력의 한계를 알게 됐다.
그리고 지금.
또 한 번
나를 돌아보며
나를 다독인다.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을
쉽게 쓰지 않기로 했다.
안 될 때는
쉬는 게 답이다.
이번 주말까지는
푹 쉬기로 마음먹었다.
쉬고 나면
나는 또
나로 살아가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