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없는 공간에서도, 나는 가끔 웃어본다

by 미려

오래간만에 아침 일찍 눈을 떠본다.

지난밤,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잠을 설치기도 한 아침이다.


오래간만에 수영장 가방을 챙겨

생각보다는 덜 추운 아침공기를 마시며 새벽수영을 나선다.

오래간만에 보는 얼굴들.

2주쯤 못 봤을 뿐인데, 괜히 반갑다.


감기 걸린 줄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왜 안 나왔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 향기 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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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향기.


사람이 늘 곁에 있지만

향기가 느껴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향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야 잠시, 향기를 마주한다.


오랜 시간 머무는 이곳.

이...공간은

늘 무취, 무향, 무념무상이다.


생각과 온기를 기대하면

오히려 상처가 되는 곳.

돈을 벌기 위해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유난히 늘 향기가 없다.

그저 할 일을 하고

돈을 벌고

내 삶을 위한 도구로만 기능하는 곳.


알록달록 세상 한가운데

이곳만은 늘 무채색이다.


어릴 때는,

젊을 때는,

화려한 색이 좋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도 무채색으로 스르로를 덮고 있다.

아마 나 역시

조금씩 향기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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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나도 순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안타깝다.

흰머리가 늘어 염색을 했더니

머리카락이 유난히 까매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늘도 나는 블랙.

무채색, 무향기의 한가운데서

거울속의 나를 한 번 바라본다.


그리고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어본다.


무채색과 무향기가 가득한 이곳에서도

이따금은 향기 나는 사람으로

나를 다독이며

살아가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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