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에서, 나는 멈추지 않았다

by 미려

"어떻게 그렇게 한결같아요."


오래간만에 수영장에서 만난 언니의 말이다.

10년쯤 됐는데도 한결같다니.

좋은 말일까.


그 언니는 잊을 만하면 나타난다.

안 다니는 줄 알았는데 또 나오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안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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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대로

한 번 시작하면 오래 붙드는 사람이다.

매달 22일, 선착순 등록 날이면

알람처럼 손가락이 움직인다.

습관인지, 의무인지,

어쩌면 스스로에게 지우는 마음의 짐인지도 모른다.


한결같다는 것 뭘까.


겉모습일까.

얼굴? 몸매? 분위기?


나는 예전보다 늙어가고

배도 나오고

군살도 늘어가고 있는데

한결같다는 건

적어도 크게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뜻일까.


그런데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정말 한결같은 게 하나 있다.


수영 실력.


처음 6개월 차 실력으로

10년을 버틴 느낌이다.

늘 맨뒤에서 허우적거리는 포지션.

애매하게 오래된 사람.


그래도 나는

그만두지 않았다.


하느냐, 하지 않느냐.

왜 하느냐.


이제는 거창한 이유도 없다.

새벽에 눈을 비비며

오늘도 아픈 무릎을 잠깐 생각하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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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들로

새벽에 눈을 비비며 움직인다.

오늘도 아픈 무릎을 생각하며

잠시 고민에 빠진 아침


어떤 날은

다시 잠들어도 되었을 아침이었고,

어떤 날은

그래도 나가야 했던 아침이었다.


어쩌면

내가 한결같은 건

실력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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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게 살이 찌지 않고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조금씩 늘어나는 군살을 안고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사람


그게

지금의 나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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