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고 나갔다가, 믿고 돌아왔다

by 미려

아침 7시 30분에 뵙겠습니다.


연휴가 끝난 아침이라 조금 일찍 출근하려 했다.

그런데 출근보다 더 먼저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당근 거래.


쓰지 않던 나의 첫 고글을 내놓았다.

18만원을 주고 샀던 고글.

10만원으로,

8만5천원으 내려놨다.


누군가에게 연락이 드디어 왔다.

가격을 더 조정할 수 있냐는 메세지를 받았을 때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왜 지 모르게 상대방의 질문들이 부드러웠다.

짧은 글 안에서도 예의와 배려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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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엔

경계까 먼저 생긴다.

혹시 이상한 사람은 아닐까,

괜히 번거로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래도 약속한 시간에 맞춰 나갔다.


고글을 건내며

나는 다른 고글 하나도 같이 내밀었다.

만원에 올려두었지만 팔리지 않던 것.

쓰지 않는 물건이라며

누군가에게 더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분은 작은 캔커피 하나를 건냈다.


거래는 몇 분 만에 끝났다.

하지만 그 몇 분 사이에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느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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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사고파는 일에도

사람의 온도는 남는다.


돈으로 계산되는 건 7만 원이었지만

그 아침에 오간 건

그보다 조금 더 따뜻한 무엇이었다.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이렇게

가끔씩 서로의 하루를 덜어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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