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엄마의 작은 용기다

by 미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고

운동을 하고

잘 챙겨 먹고

몸을 아끼라고.


기차역에서 헤어지기 전

나는 몇 가지 당부를 계속 늘어놓고 있었다.

다른 지방으로 발령 난 남편의 숙소를 정리하고

오래간만에 기차를 타고 혼자 내려왔다.


울산에서 서울로 갈 일만 있었지

천안 호두과자와 온양온천으로 기억되던 그 방향에서

울산으로 내려오는 일은 드물었다.


조용하다.


같이 있어도

각자 할 일을 하고

각자 영상을 보던 시간들이었는데

막상 혼자 있으니

이 집은 생각보다 깊이 고요했다.


아들은 독서실에 가 있다.

곧 돌아올 것이다.


그동안

늦게 귀가하는 아들을 기다리는 몫은

늘 남편이었다.

잠이 많은 나는

먼저 잠들어 버리는 사람이었으니까.


이제는

쇼파에 앉아

문 여는 소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내가 되어야 한다.

고요함과 기다림.


어쩌면

올해 내가 받아든 숙제 같다.


멀리 간 사위가 마음 쓰인다며

내가 올 때까지 집에 불을 켜 두고

기다려준 엄마가 떠오른다.


어두컴컴할 줄 알았던 집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불을 켜두는 사람.


그 자리가 부모의 자리겠지.


“엄마, 안 기다려도 돼.”

무심하게 말하는 아들.


그래도 나는

엄마니까.


지금부터

기다림을 연습해야겠다.


연락을 기다리고

문 여는 소리를 기다리고

괜히 불을 켜두고

은은한 조명을 하나 더 켜두는 마음.


고요한 집을 견디는 일도

어쩌면 엄마에게는 작은 용기일지 모른다.


집에 오는 길

가족 단톡방에 올라온

시아버지의 글이 떠오른다.


“아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 한 문장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말하지 않아도

부모는 안다.

기다림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제

그 자리에

내가 서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