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일째, 나는 오늘도 쓴다
오늘은 삼일절이다.
역사적인 날인 만큼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러닝머신 위에 올랐다.
3.10.
그 숫자를 만들어보겠노라고 어그적거려본 날이다.
숨이 차올랐다.
무릎이 욱신거렸다.
그래도 숫자가 3.10을 넘어서는 순간
작은 혼자만의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오늘은 백일 동안 매일 글을 써보겠노라 다짐한 지
55일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대한 독립 만세.
그리고 나의 55일째 만세.
글을 쓴다는 건
나와 가까워지는 일이었다.
처음엔 몰랐다.
그냥 써보자 싶었다.
매일 무엇을 쓸까 고민하는 시간 속에서
어떤 날은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고
어떤 날은 쓰다 보니 어느새 한 장이 넘어있었다.
아티스트웨이 과정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나와의 대화를 시작했던 시간이 있었다.
남편욕, 회사욕, 세상욕, 나의 과거의 불안함을 쏟아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종이 위에 퍼부었던 시간.
창피할 것도 없었다.
독자가 없는 글이었으니까.
그 시간들이 지나고 나니
뭔가 모를 후련함이 왔다.
마음 한켠이 조용해지는 느낌.
그리고 어느 날
흐릿하게 나의 미래가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
억지로 만든 꿈이 아니었다.
누가 되라고 해서 생긴 꿈도 아니었다.
나를 마주보는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레 그 꿈이 거기 있었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만나는 일이고
나를 만나다 보니 내가 뭘 원하는지 알게 되고
그걸 알게 되니 꿈이 생겼다.
그 순서였다.
백일백장은 그래서 시작됐다.
백일 동안 매일 한 편씩.
어설프게 써내려가는 날도 있다.
일기 같지 않을까 의구심이 드는 날도 있다.
오늘처럼 삼일절이라 뭔가 의미있는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드는 날도 있다.
그래도 쓴다.
작가에게는 독자가 필요하다는 걸 안다.
나는 어떤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머릿속에 물음표가 한가득인 날도 있다.
근데 오늘은 그냥 쓴다.
55일째니까.
오늘도 나의 역사를 한 장 써내려간다.
독립을 향해 걸었던 그 발걸음들이
역사가 된 것처럼
매일 한 장씩 써내려가는 이 발걸음들이
언젠가 나의 역사가 될 것이라 믿는다.
오늘은 그 55일째.
나의 삶의 독립을 향해
오늘도 한 편을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