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을 한 모금 더 떴다

by 미려

오래간만에 햇살이 따사롭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 발걸음이 조금 가볍다

아침저녁으로는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지만

낮의 이 온기만큼은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걸 몸이 먼저 안다.


봄이 되면 바빠진다.

여유를 찾기가 힘든 나의 모습이 된다.

그런데 이 잠깐의 햇살이

잠시나마 여유를 느끼게 한다.


검색을 해서 찾게된 맛집 앞에 도착하니

긴 줄이 이미 서있다.

점심시간이 촉박하다.

오늘도 이집은 패스.


어디를 갈까 두리번거리다

눈에 들어온 집 하나.

아까 잠깐 스쳐 검색했던 곳이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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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고기칼국수가 나왔다.

칼칼하고 진한 국물. 면을

한 젓가락 올리는데 김이 따라 올라왔다.

생각지도 못한 맛집이었다.


국물을 반쯤 남겼다.

원래 그렇다.

늘 남긴다.

밥 먹는 것도 일처럼 해치우는 사람이라

맛을 음미하기보다 끼니를 때우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데 오늘은 잠깐,

국물을 한 모금 더 떴다.

칼칼하고 따뜻한 게 목을 타고 내려갔다.

이상하게 그 온기가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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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에 한 번,

칼국수에 한 번.

업업 점심시간.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기계처럼 살던 내가

오늘만큼은 조금 달랐다.


봄이 그렇게 만들었나보다.

아니면 원래 내 안에 있었던 건지.

오늘, 내 마음에도 봄이 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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