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이 넘어도 그녀는 서두르지 않았다

by 미려

빠글빠글, 내 삶처럼


일 년에 한두 번.

큰맘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 있다.

미용실이다.


얇고 긴 머리라 펌이 잘 나오지 않는 나는

이름만으로도 연식이 느껴지는 곳을 찾는다.

김*숙 헤어샵.


수영장에서 처음 알게 된 이모님이 있는 곳이다.

오후 1시에 시작한 펌이 5시 반이 되어서야 끝났다.

야무진 손끝으로 한 올 한 올 롯드를 말아 올리는 시간.

서두르는 법이 없다.

이모님은 올해 예순이 훌쩍 넘었다.

33살 된 아들을 미용실 2층 세입자라며 웃으며 소개해주셨다.

그런데 그 눈빛은 여전히 아이를 보는 엄마의 눈이었다.

33살이어도 못 놓는 마음.

그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들렀더니 미용실이 달라 보였다.

뭔가 모를 깨끗함.

알고 보니 의자를 바꾸셨단다.

그만둘까 고민하던 시기에 새 의자를 들였다고.

그러면서도 못 그만두신 건

여전히 찾아오는 손님들 때문이라고 하셨다.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무 자르듯 끊지 못하셨다고.


일이 힘들지 않냐고 여쭤봤더니

이모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일이 노는 거라고.

일도 못 놓고, 아들도 못 놓고.

손님도 못 놓는 사람.

그렇게 못 놓는 것들이 모여

그 사람의 삶이 되는 것 같았다.

무겁지 않게, 웃으면서.

그게 열정이고 사랑이었다.


인사를 하고 나오는 길.

거울 속 나는 찐 아줌마다.

빠글빠글한 머리가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운 웨이브로 자리를 잡는다.


내 삶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