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를 세운 오늘의 ‘본전’

by 미려

갈까, 말까.


마음은 늘 시계추처럼 위태롭게 흔들린다. 운동하러 가는 길은 왜 이토록 매번 낯설고 아득한지.

누군가는 땀 흘리는 희열이 삶의 원동력이라 말하지만,

나에게 운동이란 그저

'건강하게 생존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빚어낸 뒤늦은 몸부림일 뿐이다.

오늘도 머릿속엔 수십 개의 물음표가 다닌다.


처음 수영장에서 물을 잔뜩 먹으며

허우적대던 시절이 떠오른다.

당장이라도 수건을 던지고 도망치려던

나를 붙잡은 건 엄마의 서늘하고도 명확한 한마디였다.
“이런 사소한 것 하나 이겨내지 못하면서,

나중에 아들한테 뭘 가르치고 뭘 하지 말라고 하겠니.”


그 말은 화살처럼 가슴에 박혀,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나를 다시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여전히 나의 수영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고,

몸은 목석처럼 뻣뻣하다.

타고난 재능을 이길 재간도,

그 재능을 압도할 만큼의 지독한 노력도

내게는 없다.


게다가 심술궂게 찾아온

고관절과 무릎의 통증은

자꾸만 나를 멈춰 세우려 든다.

하지만 그 통증의 두려움을 안고

가방을 챙겨 나서본다.

삐걱거리는 몸을 달래며 움직인 그 시간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되돌려 놓는 마법을 부린다.


그러나 삶은 늘 예상치 못한 반전을 준비한다.

땀을 씻어내고 돌아온 집,

밥 냄새와 함께 마주 앉은

아들과의 저녁 식사는

견고했던 나의 다이어트 의지를 단숨에 무너뜨린다.


‘운동했으니 먹지 말아야지’ 하던

다짐은 아들의 숟가락질 소리에 속절없이 녹아내린다.


운동으로 간신히 일으켜 세운 의지가

밥상 앞에서 기분 좋게 무너지는 저녁.


무언가를 세우고 다시 허무는

이 반복적인 일상이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삶의 리듬일지도 모르겠다.


일으킨 만큼 무너졌으니 결국은 본전인 하루.

하지만 분명한 건,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의 근육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비록 그 위에 맛있는 저녁 한 끼가 덧칠해졌을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