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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림 Sep 16. 2024

오리의 대화

공림의 생각스케치




“오랜만이네. 어디 갔다 왔어?”

“며칠 하늘에 있다가 어젯밤에 내려왔어. 넌?”     


“난, 지하에 내려갔다가 오늘 아침에 올라왔어.”

“오늘은 비도 오고, 물도 많고 여기가 딱 좋네.”     


“너, 돈 좀 있냐?”

“갑자기 돈은 왜?”     


“지하에 갔는데 사람들이 나한테 돈을 자꾸 달라고 하더라고.”

“돈을 왜 달래?”     


“알잖아. 거기 사람들 돈 많이 가지려고 난리인 거. 이번에 모르는 동네에 갔다가 강도를 만났어. 돈 없다고 하니까 날 잡아먹으려고 하더라고.”

“오리구이 될 뻔했구먼. 그래서 어떻게 빠져나왔어?”     


“돈이 뭐냐고 물었지?”

“그랬더니?”     


“그랬더니 어이없어하면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거래. 그래서 없으면 어떻게 하냐, 그랬더니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더라고.”

“그래서?”     


“그래서, 댁은 돈이 얼마나 있냐 물어봤지. 그랬더니 돈 있으면 당신한테 돈 달라고 하겠느냐, 그러더라고. 그래서 댁은 나한테 돈을 못 뺏을 거라고 했지.”

“왜?”     


“생각해 봐. 돈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잖아.”

“그거 말 되네. 그래서 어떻게 빠져나왔냐고.”     


“그런 게 돈이면 난 엄청 많다고 했지. 그래서 이렇게 지하에도 왔다가 지상도 갔다가 심지어 하늘에도 다니면서 사는 거라고 했지. 사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다 돈인데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 내 거기 가서 까짓거 한 박스 담아다 주겠다고 했거든. 그랬더니 빨리 다녀오라고 하더라고. 휴… 가까스로 빠져나왔다니까.”

“하하하. 얼마 전에 토선생도 지하에 내려갔다가 죽을 뻔했다더라고. 얘기 들었어? 그 별주부라는 작자한테 속아서 지하에 갔다가 살아 돌아온 선생 말이야.”     


“그러니까. 그 얘기를 못 들었으면 나도 죽을 뻔했어. 어리석긴. 세상에 간을 배 밖으로 꺼냈다 넣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말이야.”

“어리석음 뿐이겠어. 욕심이 너무 무거워서 지상으로 못 올라 오고 거기 사는 거잖아.”     


“그러니까 말이야. 마음이 가벼워야 올라올 텐데…. 가르쳐 줘도 믿지도 않고.”

“말로는 안다고 하는데, 못 올라오는 걸 보면…”     


“알기만 하면 뭐 하겠냐.”

”하긴, 거기가 여기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더 많다며?”     


“그러니까. 오늘은 시원하니까 여기서 좀 쉬어야겠다. 갈게. 다음에 또 보자고.”

“그래. 수고해. 지하 출장 갈 땐 항상 조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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