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잖아. 거기 사람들 돈 많이 가지려고 난리인 거. 이번에 모르는 동네에 갔다가 강도를 만났어. 돈 없다고 하니까 날 잡아먹으려고 하더라고.”
“오리구이 될 뻔했구먼. 그래서 어떻게 빠져나왔어?”
“돈이 뭐냐고 물었지?”
“그랬더니?”
“그랬더니 어이없어하면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거래. 그래서 없으면 어떻게 하냐, 그랬더니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더라고.”
“그래서?”
“그래서, 댁은 돈이 얼마나 있냐 물어봤지. 그랬더니 돈 있으면 당신한테 돈 달라고 하겠느냐, 그러더라고. 그래서 댁은 나한테 돈을 못 뺏을 거라고 했지.”
“왜?”
“생각해 봐. 돈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잖아.”
“그거 말 되네. 그래서 어떻게 빠져나왔냐고.”
“그런 게 돈이면 난 엄청 많다고 했지. 그래서 이렇게 지하에도 왔다가 지상도 갔다가 심지어 하늘에도 다니면서 사는 거라고 했지. 사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다 돈인데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 내 거기 가서 까짓거 한 박스 담아다 주겠다고 했거든. 그랬더니 빨리 다녀오라고 하더라고. 휴… 가까스로 빠져나왔다니까.”
“하하하. 얼마 전에 토선생도 지하에 내려갔다가 죽을 뻔했다더라고. 얘기 들었어? 그 별주부라는 작자한테 속아서 지하에 갔다가 살아 돌아온 선생 말이야.”
“그러니까. 그 얘기를 못 들었으면 나도 죽을 뻔했어. 어리석긴. 세상에 간을 배 밖으로 꺼냈다 넣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말이야.”